“정부는 ‘통일의 문을 열겠다’는 대전제를 두고 대북·대미·대중 정책을 세웠던 것 같다. 그 전제가 성립되기 어려워진 만큼 지금이라도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한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사진)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제30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정부가 북한 문제에 환상적이거나 낭만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북핵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핵개발을 저지시키기엔 너무나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대북 및 비핵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남북 대화를 차단하자는 건 아니지만 능멸을 당해가면서까지 해 가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북한의) 기만 올려주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고 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직접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핵 협상이 올해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1980년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인질로 붙잡혔던 외교관들을 구출하려다 실패한 뒤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들며 “재선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세적 접근은 조심스러워할 것”이라며 “미 대선이 끝나기 전까진 극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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