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승무직 초과근무수당 과다” 지하철 운전 4.5→4.7시간 조정
노조 “일방적 연장으로 안전 위협… 21일 첫차부터 업무 거부” 선언
공사측 설 앞두고 교통대란 부담, “근무 변경 잠정 중단” 한발 후퇴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업무 거부 예고에 사측이 한 발 물러나면서 지하철 파행 운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급한 불은 꺼졌지만 ‘승무원 운전시간 12분 연장’이라는 노사 대립의 핵심 사안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아 진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2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운전시간 변경의 건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승무원의 운전시간을 기존 4.5시간(4시간 30분)에서 4.7시간(4시간 42분)으로 12분 늘렸던 조치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공사가 운전시간 변경 조치를 시행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공사에 따르면 2018년 지급된 초과근무수당 129억여 원 가운데 95%를 넘는 약 125억 원이 승무 분야에 집중됐다. 공사는 한정된 급여 재원이 특정 분야 직원들에게 집중되면서 다수의 다른 분야 직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승무원들의 운전시간을 12분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노사합의와 취업규칙에 따른 조치로 전체 근무시간에는 변동이 없다는 게 공사의 주장이다. 또 운행 투입 인원이 줄기 때문에 대체 근무자에게 주는 수당도 합리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직무대행은 “(일부 승무원들이) 취업규칙과 노사합의에서 정한 운전 시간을 채우지 않아 과도한 휴일 근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퇴직을 앞둔 기관사가 평균 임금을 부풀려 퇴직금을 더 받으려고 휴일 근무에 몰두하는 실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조는 인력 부족 문제를 근로시간 확대로 해결한다며 반발해왔다. 운전시간이 12분 늘어나면 승무원들은 평소보다 몇 정거장을 더 운전해야 한다. 다른 승무원과 교대할 장소인 승무소를 지나치게 된다. 결국 다음 승무소까지 추가로 이동해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을 더 근무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고작 12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와 공사가 일방적으로 승무원들의 근무환경을 후퇴시키면서 기관사와 차장들의 노동 강도가 급격히 증가했고, 승무원 2명은 공황장애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운전시간 변경의 원상회복 조치가 없다면 21일 첫차부터 전면적 업무 거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업무 거부는 기관사가 열차에 오르지 않는 것을 뜻한다. 노조에 따르면 승무 분야 직원 3250명 중 2830명(약 87%)이 조합원이다. 노조가 업무 거부를 강행하면 지하철 1∼8호선의 운행 중단이 속출해 사실상 파업과 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공사는 노조의 업무 거부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설을 앞두고 당장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우려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운전시간 변경 조치를 중단했지만, 이는 잠정적인 중단임을 분명히 했다. 최 직무대행은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불합리한 승무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0일 오후 11시 현재 최 직무대행의 연장근무 중단 방침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최 직무대행이 말한 ‘잠정 중단’이 어떤 의도로 사용된 것인지 확인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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