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비행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 일명 ‘우한 폐렴’ 환자가 처음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중국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탈 경우 ‘나도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 전염병 환자가 있을 경우 함께 탑승한 사람이 감염될 위험이 정말 높을까요. 그리고 최대한 감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천공항 국립검역소에서 발열 증상 등으로 ‘조사대상 유(有)증상자’로 분류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확진 받은 이 환자는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35세 중국 여성입니다.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가 보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습니다.
이 환자는 중국남방항공 6079편으로 같은 날 오전 8시 55분에 중국 우한 티엔허 국제공항을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에 오후 12시 11분 도착했습니다. 보잉에서 만든 737-800 항공기로, 최대 150~16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비행기입니다.
이처럼 특정 비행기에서 전염병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은 우선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무원과 승객들을 대상으로 1차적인 방역 활동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탄 탑승객이 그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은 3%를 밑돕니다.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감염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비행기 안의 공기 흐름 덕분입니다. 비행기 객실에 흐르는 공기는 각 열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흐른 뒤 바닥 밑으로 빠져나갑니다. 덕분에 앞뒤 좌석 사이에 일종의 ‘에어커튼’이 만들어져 공기 흐름이 차단됩니다.
같은 열 좌석 간에는 에어커튼이 존재하지 않지만 공기 흐름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옆자리 승객에게서 바이러스가 나오더라도 발 아래로 곧바로 떨어져버립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여기에 기내 공기는 2분마다 완전히 새로운 공기로 환기되고, 비행기에 설치된 고효율입자여과(HEPA)필터는 0.1~0.3μm(마이크로미터·1000분의1㎜) 크기의 입자를 99.97%, 이보다 큰 입자는 100% 걸러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크기는 0.1~0.2μm 안팎입니다. 감염 환자가 기침을 해서 밖으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가 비행기의 공기순환장치를 거쳐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확률은 0.3% 이하로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승객들이 비행 내내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내에서 잦은 이동을 할 경우에는 감염 확률이 높아집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과 보잉사가 비행시간 4시간 안팎인 항공 노선 10편에 탑승한 승객 1540명과 승무원 41명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하지만 명쾌한 결론을 냈습니다. “조금이라도 감염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창가 쪽 자리를 선택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로에 앉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횟수가 높아지고, 그만큼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조사 결과 비행기에 탄 승객 중 62%는 한 번 이상 자리에서 일어났고 평균 5.4분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창가석에 앉은 승객은 43%만 돌아다녔던 반면 복도석 승객은 80%가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동이 많을수록 감염자에게 가까이 가거나 접촉할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감염 확률도 높아집니다.
여기에 복도쪽 승객은 감염자와 한 번 이상 접촉할 확률이 높은 객실 승무원과도 그만큼 자주 접촉하게 됩니다. 다만 연구진은 조사 결과 승무원의 감염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에서는 5~6년 마다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주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각각 아시아에서 유행한 바 있습니다. 전염병 감염을 우려해서 비행기를 타지 않을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항상 주의하고 자각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설마’보다는 ‘혹시’라는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 연휴,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귀향과 여행을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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