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주한 EU대사, 로비스트 변신… 경제정보 中 넘긴 혐의 獨서 수사
차이나머니 포획된 정보원 기승… “전직 외교관 활동 규제해야” 목소리
중국 첩자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게르하르트 사바틸 전 한국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66·사진) 논란으로 외교관의 은퇴 후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EU가 현재 유명무실한 직원들의 보안 및 은퇴 후 활동에 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 관계자가 퇴직 후 관련 업계의 로비스트로 일하고, 그러다 다시 정부에 몸담는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 내 독일 녹색당 소속인 스벤 기골트 의원은 “전직 EU 관계자가 로비스트로 일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중국에 대한 EU 전체의 경계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벨기에 장관 및 무역 담당 주요 관계자의 통신장비가 최대 135건의 해킹 공격을 당했다. 이 배후에 중국 해커와 첩자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는 유명 식당을 중심으로 로비스트를 가장한 중국 첩자가 상당한 규모로 활동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에 EU도 직원들에게 “의심스러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내부 지시를 내리고,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지침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싱크탱크 시놉시스는 최근 중국 공산당의 소위 ‘유럽 팽창 작전’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막대한 차이나머니를 바탕으로 유럽의회와 주요국 정부에 침투해 중국을 지지하는 우호 그룹을 속속 양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 전략을 EU에 효과적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헝가리계 독일인인 사바틸 전 대사는 1984∼2017년 한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의 EU 대사, EU 대외관계청(EEAS)의 동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냈다. 퇴임 후 로비업체 EUTOP에 취업했다. EU의 핵심 경제 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독일과 벨기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이 3월 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과 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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