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가 간의 정치, 경제적 경쟁은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의 양상도 물리적인 힘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하도록 하는 힘’인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중요해지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이며 호감을 사는 능력이다. 그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지금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두 나라의 외국인 선호도에서 일본이 많이 앞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오랫동안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일본 문화 홍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부도 세계 각지에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 등을 열어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BTS를 포함한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국내에서는 무시당하고 우리 스스로 한국 문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매년 정부나 기업의 초청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교육을 받으러 입국한다. 정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기관들은 해외의 저명인사, 공무원 등을 초빙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이나 IT 인프라, 행정 등과 관련한 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해외 지점에서 일하는 현지인 또는 사업협력자를 초청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한국 문화와 관련한 강의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기관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가 크다. 세금을 들여 외국인을 초청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강의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각 분야별로 해외 저명인사 또는 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는 전문 지식 전달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해당 국가와 한국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도 그 목적이 있는 만큼 문화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내실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흔히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세션이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기관의 직원이 한국 문화를 직접 소개하거나, 강사를 대충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 한국 문화를 필수 과목으로 선정하고, 내용 구성과 강의도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 외국인 개개인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소프트파워를 증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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