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메이드 인 코리아’ 음료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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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중소기업]
식음료 선도기업 | 오케이에프(주) 이상신 회장
“제품·유통·생산 라인 갖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 시즌2는 이곳 사람들이 착즙주스 같은 건강음료에 매우 집착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실제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이나 트레이더 조(Trader’s Joe) 같은 유기농 마트에 가보면 ‘건강음료 각축장’이라고 할 정도로 각종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마트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음료가 있다. 바로 오케이에프(OKF)의 ‘알로에베라킹’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알로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약초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면역력 증강과 피부 재생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진 식물이다. 미국과 유럽의 유기농 인증을 동시에 받았으며 인공향료, 착색료,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은 알로에베라킹은 미국 소비자에게 건강음료로 인식되며 최근 매출이 크게 신장하는 추세다.

롯데그룹 및 외국계 식품그룹을 거친 이상신(68) 오케이에프㈜(대표 이상신) 회장은 1990년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 국내에서 대기업 식품과 경쟁하는 대신 철저한 준비로 세계 시장을 뚫자는 역발상이다. 사명 오케이에프도 ‘Overseas Korean Foods’의 약자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인 알로에베라킹은 전 세계 알로에음료 시장의 76%를 점유할 정도로 독보적 입지를 자랑한다. 알로에베라킹은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중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 17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한국 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국가가 100여 개국에 그치는데 반해 오케이에프의 음료는 아시아의 부탄, 아프리카 가이아나까지 세계 구석구석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올해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에 새로 진출하면 오케이에프의 전 세계 유통 라인 구축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알로에베라킹은 한때 몽골에서 코카콜라보다 더 많이 팔린 음료로 기록됐고, 코스타리카에서는 ‘국민음료’로 통한다. 음료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에 달하고 소비자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도 최근 뚫었다. 올 봄부터 일본 코스트코에 오케이에프 음료가 입점한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오케이에프의 연 매출은 2018년 2000억 원에서 지난해 2500억 원으로 25% 신장했다.

이 회장은 사업 초기에 김, 홍삼, 유자차 등 가공식품 수출에 주력했다. 그런데 해외 식품박람회에 나온 국내 식품회사 대다수가 유자차를 들고 온 것을 보고 “이래서는 승산이 날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유자차를 접었다. 그 즈음 이 회장이 새롭게 주목한 것이 알로에 음료다. 3년에 걸쳐 18번의 수정 끝에 1997년 마침내 미국인도, 일본인도 “적당히 달고 맛있다”고 평가하는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냈다. 뛰어난 맛과 높은 품질, 그리고 사각 페트병 및 컬러감이 돋보이는 패키지 디자인은 전 세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알로에베라킹의 라인업은 무려 76가지로, 각종 과일 맛은 물론 비타민과 마그네슘이 강화된 키즈 라인까지 갖추고 있다.

오케이에프 안동공장.
오케이에프 안동공장.
오케이에프는 2019년 국내 최대 음료 전문 생산시설인 안동공장을 완공했다. 10년간 1600억 원을 들인 대규모 투자로, 안동공장은 연간 30억 개의 음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참고로 연간 국내 음료 소비량이 68억 개다. 이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주문에 지체 없이 대응하려면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소백산 계곡에서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는 안동을 최적의 입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케이에프는 안동공장에서 코카콜라, 델몬트, 미닛메이드,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외 대기업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도 있다. 본사 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오케이에프 음료뿐만 아니라 오케이에프가 OEM으로 생산하는 코카콜라에서부터 글라소비타민워터, 맥심 티오피 등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대기업 제품 생산을 통해 고품질 제품 개발 및 생산, 품질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부터는 국내 시장에 오케이에프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여행 중에 오케이에프 음료를 마시고 일본 음료로 오해하거나, 해외직구로 오케이에프 음료를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자 “국내에서도 우리 제품을 알려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 오케이에프 음료는 이미 주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에 입점을 마쳤다. 이 회장은 “알로에베라킹 뿐만 아니라 수박음료와 스무디에 대한 반응도 좋다”며 “국내 소비자가 그간 경험한 적 없는 새롭고 특별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월급쟁이 출신’ 이 회장은 사업 도전 30년 만에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건강음료 회사를 키워냈다. 그러나 그는 “지난 30년은 준비의 시간이었고, 이제부터가 100년 기업을 향한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된 제품 2000개중 1000개를 먼저 제품화에 성공했고,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췄으며, 전 세계 유통 라인을 구축한 지금부터 진정한 실력을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준비된 기업만이 100년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세계 일류 상품을 개발하고 세계 최고의 시설에 투자하는 동시에 전 세계 유통 라인 구축에 매진해왔다”며 “지구촌에 맛있고 건강한 한국 음료를 알려나가는 오케이에프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중소기업#중소기업 100년#건강음료#식품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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