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의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 공시가격이 평균 4.47% 오른다. 지난해 9.13%보다 상승 폭은 작지만 시세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 탓에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동작구, 성동구, 마포구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22일 국토교통부는 표준 단독주택 22만 채의 2020년 공시가격을 23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표준 단독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418만 채의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주택이다.
지역별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을 보면 서울 6.82%, 광주 5.85%, 대구 5.74%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제주 ―1.55%, 경남 ―0.35%, 울산 ―0.15% 등은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동작구 상승률이 10.61%로 서울 25개 구는 물론이고 전국 시군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성동구(8.87%), 마포구(8.79%), 영등포구(7.89%), 용산구(7.50%), 광진구(7.36%) 순이었다.
시세 구간별로는 12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10.1%로 가장 높았고, 9억 원 이상∼12억 원 미만이 7.9% 상승해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에는 15억 원 초과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주로 끌어올리고, 올해는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상승률 자체는 지난해보다 낮지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한 세 부담은 여전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세금이 올랐지만 세 부담 상한(재산세는 105∼130%, 종합부동산세를 합산한 총 보유세는 150∼200%)까지만 세금을 낸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는 “올해는 지난해 이미 오른 세금을 기준으로 세 부담 상한을 새로 계산하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 폭이 작더라도 지난해보다 세금이 대폭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의 공시가격 11억48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은 전년(10억6000만 원)보다 공시가격이 8.3%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보유세(60세 미만 1주택자가 5년 미만 보유했을 때 기준)는 지난해 361만2000원에서 올해 447만9000원으로 24% 오른다. 표준 단독주택 가운데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은 지난해 270억 원에서 올해 277억1000만 원으로 공시가격이 2.62% 올랐다. 보유세는 3억5800만 원에서 세 부담 상한선인 5억3280만 원까지 약 50% 오른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번에 처음으로 일부 주택의 산정 근거를 공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공개되는 23일부터 세종시 지역 표준주택의 공시가격과 함께 공시가격 산정자료를 시범 공개하고, 이후 공개 대상과 내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 주택이 있는 시군구 민원실에서 23일부터 2월 21일까지 열람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국토부는 접수된 이의신청에 대해 재조사를 한 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다시 거쳐 3월 20일 최종 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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