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최고의 2루수로 각광받은 그지만 세월의 무게를 거스를 순 없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2013년 4년 70억 원이라는 거액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어느샌가 신예 정은원(20)에게 자리를 내줬다. 2018시즌 12년 만에 좌익수로 나선 정근우가 낙구 지점을 못 찾아 허둥대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 정근우는 2루수 글러브뿐 아니라 1루수 미트와 외야수 글러브도 챙겼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한 올해는 다르다. 다음 달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21일 선발대로 호주로 떠난 정근우는 2루수 글러브만 챙긴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뚜렷한 주전 2루수가 없는 LG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것. 정근우는 “겨울 동안 (내야 수비에 필요한) 밸런스와 민첩성 훈련에 집중했다”며 “38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유격수와 2루수 등 센터라인을 지키는 선수들 가운데 나이가 들어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일은 흔치 않다. 선수 생활 내내 오뚝이를 상징하는 8번을 달았던 정근우가 황혼기에 다시 ‘2루수’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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