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 연륜으로 신앙의 의미를 노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03시 00분


김형석 명예교수 신앙 에세이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출간
경험담으로 무거운 주제 쉽게 풀어

100세 철학자이자 우리 사회의 현자(賢者)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사진)의 책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열림원)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종교에 대한 학문적 연구서가 아니라 인간과 종교, 사회 등에 대한 질문 등을 담담하게 풀어낸 신앙 에세이다.

책 앞부분에 있는 작가의 글에 따르면 이 글들은 김 교수가 주로 1980년대에 쓴 것이다. 노 교수의 시선이 머물렀던 여러 고민들은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지나치게 큰 교회와 지나치게 작은 교회가 너무 많다.” “교회가 신앙공동체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정치를 비롯한 사회공동체의 책임을 더 중하게 여기면 교회로서의 보편성을 상실할 수 있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아왔음에도 무교회주의자라는 비난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그가 특히 비판적으로 언급한 ‘교회주의’는 다름 아닌 교회를 위한 교회다. 그는 “신앙생활은 가정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직장에서도 전개되어야 한다”며 “말씀과 진리는 하늘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교회를 키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책은 개신교와 가톨릭, 불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의 원리와 현상뿐 아니라 파스칼, 니체, 칸트 등 철학자들의 신(神)에 대한 명제를 담아냈다. ‘신의 존재에 대하여’ ‘신앙과 인간관계’ ‘진리에서 오는 자유’ ‘신앙인의 질문’ 등 크고 무거운 주제가 많지만 노교수 특유의 경험담이 어우러져 쉽게 읽힌다.

책 마지막 부분 ‘종교, 꼭 필요한 것일까’는 삶과 종교 문제로 고민해 온 현대인들에 대한 그의 답이 아닐까 한다. ‘파스칼은 신앙을 모험과 도박이라고 했다. 내 생명과 전 인격을 건 도박이다. 잃게 되면 자아라는 전체가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나 얻게 되면 자아는 물론 영원과 삶의 실재를 차지한다.’

신앙 에세이임에도 종교에 관계없이 100세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조언이 묵직하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늙게 되면 그건 정말 늙은 것이다. …내가 나를 키울 줄 알아야 하고, 모든 점에서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김형석 명예교수#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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