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측 혐의 부인 “불구속 재판을”
재판부 “증거 조사 못해 시기상조”, 이중기소 논란도 “나중에 판단”
동양대 총장 명의의 딸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청구한 보석에 대해 재판부가 결정을 보류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2번 기소한 것과 관련한 ‘공소권 남용’ 여부에 대해서도 나중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둘 다 충분한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정 교수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인 송 부장판사는 “증거 조사를 하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석 청구에 대한 인용이나 기각 결정을 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달 8일 재판부에 보석청구서를 제출했다
22일 재판에서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카카오톡 등 이미 15년 이상 된 가족의 사적인 대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증거를 다 확보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구속된 이후 구속 사유에 대한 사정 변경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석방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피고인은 이미 수사단계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증거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의 주장이 너무 달라 증거 자료를 살펴본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이중 기소’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 조사를 한 뒤에 공소권 남용 여부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증거를 하나도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장 공소 기각을 할 건 아니다. (검찰이) 오해하는데 재판부가 이중기소로 봤다면 이미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한 뒤 보강 수사를 진행해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검찰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를 했다.
지난해 10월 24일 구속된 이후 약 세 달 만에 법정에 선 정 교수는 수의 대신 정장을 입었다. 상의엔 수인번호가 적힌 하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정 교수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해 “압도적인 수사력을 갖고 이 잡듯이 뒤졌다”며 “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놓고 보는 것처럼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확증 편향’(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22일 정 교수와 공범 관계에 있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을 병합할 것인지에 대해 조 전 장관 사건 재판부와 협의한 뒤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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