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
“겹치기 출연에도 찬사받던 때 기억… 파바로티도 무대 직전엔 몹시 떨어”
“방금도 호텔방에서 도니체티 ‘루치아’의 아리아를 부르다 왔어요. 하루라도 안 하면 제 소리가 안 나요. 지금도 노래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죠. 후후.”
소프라노 신영옥(59)이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토스티 ‘세레나데’, 카탈라니 오페라 ‘라 월리’ 중 ‘나 홀로 떠나네’ 등을 노래한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신영옥은 1990년 4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해 12월 메트에 데뷔했다. 이듬해 1월 메트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여주인공 질다로 깜짝 출연하면서 월드스타의 대열에 올랐다.
그가 노래한 배역 중 특히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시동 오스카 역은 이 배역 자체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까불까불 뛰어다니는 역이죠. 몸집이 작고 목소리도 가벼워서 오스카에 딱 맞았어요.”
1997년 그는 메트에서 벨리니 ‘청교도’ 여주인공 엘비라 역으로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명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베르디 ‘운명의 힘’을 취소하고 ‘가면무도회’ 남자주인공 레나토 역을 맡으면서 신영옥을 찾았다.
“내가 ‘청교도’를 취소하고 오스카를 맡아주면 좋겠다더군요. 그런데 ‘청교도’에 함께 캐스팅된 다른 소프라노가 아프다는 거예요. 그래서 둘 다 했죠.”
두 작품으로 찬사를 받은 그때를 그는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회상했다.
그가 본 파바로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대에 나가기 직전엔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런데 무대에만 오르면 멋진 미소와 빛나는 소리가 쏟아지는 거예요.”
어린 시절 그를 이끈 동력은 어머니였다. 잘한다고 칭찬하는 게 좋아 더 열심히 노래를 했다. 어머니는 그의 성공을 본 직후인 1993년 별세했다. 이제 어머니의 격려를 아버지가 대신한다.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으셔요. 그래서 제가 서울과 뉴욕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지금도 그의 무대를 본 뒤 “왜 그 노래에서 팔을 올렸느냐”는 등 일일이 ‘코치’를 한다. 지난해엔 검도에 빠졌다.
“검을 내려칠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복근에 힘을 주어야 하잖아요. 성악가에겐 참 좋은 운동이에요. 운동도 안 하면 무대 위에서 바로 티가 나요.”
언제까지 노래를 할까.
“내 창법으로, 욕심 부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죠.”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순수하고 맑다.
“더 무거운 역할에 도전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무리해서 도전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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