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민낯 보여준 ‘新목민심서’ 기획 인상적
주택정책, 지방 집값 하락 고려해 ‘양극화’ 초점을
《4월 총선 룰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야의 극한 대결 속에 처리됐다. 위헌 논란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도 국회 표결을 통과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이들 이슈 등에 대해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에 관련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의견을 먼저 말씀해주시죠.
류재천 위원=1월 14일자 A3면 기사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된 사실만 나열해줬는데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기사가 같이 실렸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은봉 위원=선거법이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을 잘해줬고 총체적으로 균형 있게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기사의 내용과 제목이 수미일관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제목에서 ‘꼼수’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맥락이 없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성태윤 위원=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선거법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는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표의 등가성(等價性)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공수처법도 중국 공안과 비슷한 제도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중국 사례를 통해서 같은 당내의 사람이라도 권력자에 의해서 이 법이 자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도해줬으면 독자들이 문제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준웅 위원=1월 1일자 A29면의 ‘도 넘는 ‘금태섭 죽이기’’ 기사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공수처법을 반대한 의원들이 있다는 것이 한국 정치에 뜻하는 의미를 짚었는데 용기 있게 썼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1월 27일자 A27면에 게재된 이찬희 변협 회장의 파워 인터뷰도 전문적 식견과 개연성 높은 정치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여서 좋았습니다. 김 위원장=12월 26일자 A6면의 ‘“공수처법 독소조항,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무력화시킬 것”’ 기사는 법안 시행 결과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예상하는 좋은 기사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런 기사들이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고 있을 때 집중적으로 나왔다면 논의하는 데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1일자 A8면의 톱기사는 ‘文대통령, 秋임명 속도전…오늘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었고, 공수처법 위헌 논란을 지적한 기사는 이 기사의 밑에 작게 배치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뼈대만 남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청문보고서를 대통령이 요구했다고 톱기사로 싣고 그보다 훨씬 문제가 심각한 공수처법의 위헌 여부는 조그맣게 싣는 것이 맞는 기사 판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여당에서 권력기관의 문민통제, 민주적 통제를 말하는데 이런 용어는 삼권분립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권력을 분립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가는 것인 만큼 어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을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가 아닙니다. 언론이 이런 부분을 좀 더 강하게 지적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위원=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기사들은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서 쓴다는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서술했는데 예전에 쓰던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식의 기사보다 진일보한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작법이어서 좋게 보았습니다. 다만 매일매일 기사를 쓰다 보니 앞뒤가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저렇게 말했다라고 쓰는 것도 좋지만 독자들을 배려해서 진행되는 일을 종합적으로 구성하는 글쓰기가 부족한 점은 아쉽습니다. 성 위원=기사를 매일 찾아서 읽지 않는 독자 입장에서의 어려움은 이름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11월 27일자 A10면의 ‘‘야당 지자체장 후보 첩보’ 靑→ 경찰 하달, 선거중립 위배 소지’ 기사 제목과 12월 3일자 A3면의 ‘靑 “민정실 적법한 업무수행”…檢은 ‘불법 선거개입’ 수사 확대’ 기사 제목은 알겠지만, 12월 5일자 A3면의 ‘송병기 “靑행정관이 먼저 ‘울산 동향’ 물어 문자로 보내줘”’ 기사 제목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 기사 내용에도 크게 관심이 안 갑니다. 제목을 정할 때 독자들이 맥락을 알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류 위원=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한 지면에 모으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1월 11일자 A2면의 ‘靑 “압수물 특정 안돼 거부”…檢 “영장에 장소-물건 특정했다”’ 기사는 두 쪽에서 얘기한 것을 제목으로 나란히 적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1월 14일자 A4면의 ‘‘靑 선거 개입 의혹’ 수사팀 송병기 재조사…이성윤은 “검찰권 절제”’ 기사 역시 검찰권 절제와 검찰 개혁의 상관성은 무엇인지, 절제를 하면 검찰이 개혁이 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동아일보가 이런 이슈에 대해 좀 더 결기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성 위원=양질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주택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주택 정책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기사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등과는 달리 지방 집값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 안정보다는 주택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움직임을 적대시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담아서 보도했으면 합니다. 최 위원=주택 문제는 교육과 연관된 교차적 이슈가 돼 뜨거운 것 같습니다. 주요 도시 빼놓고 나머지 지역은 하락한다고 하지만 교육과 연관된 이슈로 주목받는 지역 때문에 문제가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1월 18일자 A1면의 ‘치솟는 전셋값 서울 사상 최고’ 기사는 부동산 가격을 교육과 연관시켜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성 위원=1월 1일자 A1면의 ‘“공무원증 밥값 결제” 혁신賞 준 정부’ 기사가 좋았습니다. 정부가 혁신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정부가 혁신을 유도해 내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이 기사가 보여준 한 가지 에피소드가 공무원 사회의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직 사회 뿌리부터 바꾸자’라는 시리즈는 정부의 문제점에 대한 핵심적 주제를 잘 지적해줘 높이 평가합니다. 김 위원장=1면 톱기사로 북한 뉴스가 등장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12월 23일자 A1면의 ‘ICBM 공장 확장하고 軍조직 개편한 김정은’, 12월 30일자 A1면의 ‘核대결로 다시 방향 트는 김정은’, 1월 2일자 A1면의 ‘김정은 “새 전략무기”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 1월 8일자 A1면의 ‘“김정은 답방, 남북 함께 노력하자”’, 1월 20일자 A1면의 ‘北 군부강경파가 對美외교 전면에’ 기사가 모두 톱기사였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적대시할 수만은 없고 협력 동반자이기도 한 이중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주 1면 톱기사로 나오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류 위원=‘2020 新목민심서’ 시리즈는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2면과 4면에 번갈아 기사가 게재되는데 지면을 고정시켜 줬으면 합니다.
최 위원=‘청년, 꼰대를 말하다’ 시리즈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공감합니다. 상식 있는 사회를 꿈꾸고 만든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현재 시리즈가 청년을 주체로 하는 만큼 다음 시리즈가 있다면 이번엔 어른이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도하면 세대 간 통합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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