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武漢)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7일까지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모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들로 20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35)을 제외한 3명은 50대 한국인 남성들이다.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 확진 환자는 20일 입국 당시 발열이나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을 통과해 격리되기 전까지 사흘 넘게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네 번째 환자는 감기와 고열로 두 차례 병원을 찾았지만 걸러지지 않다가 입국 7일째인 26일에야 격리 조치됐다. 최전선 방어벽인 공항 검역과 2차 방어벽인 병원이 모두 제 역할을 못하고 뚫린 셈이다.
우한 폐렴의 전파 속도도 심상치 않다. 우한 폐렴은 첫 발병일인 지난해 12월 1일 이후 56일 만인 이달 26일 확진 환자가 2700명을 넘어섰다. 반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2700명을 넘긴 것은 발병 이후 161일 만이었다. 사망자 수도 우한 폐렴은 발생 56일 만에 80명을 넘긴 반면 사스는 155일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62명으로 발표했던 19일 감염자 수가 1700명 이상이라고 추정했던 영국 의료진은 지금 같은 확산 속도가 계속된다면 다음 달 4일 확진자가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번 설 연휴 우한에서 한국으로 6400명 넘게 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이 최장 12일임을 감안하면 감염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다음 달 2일까지로 연기했는데 연휴가 끝나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면 우한 폐렴이 2차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황을 감안하면 전수조사 대상을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들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한 폐렴에 방역망이 뚫리면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 27일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개장한 일본 증시는 우한 폐렴 영향으로 급락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 경제는 예외 없이 크게 위축됐었다. 우한 폐렴 불안이 공포로 바뀌지 않도록 보건 당국은 물론 경제 부처까지 나서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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