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이어 알펜루트도 펀드 환매 중단… ‘사모펀드 대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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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리스크 관리 위해… 운용사 대출금 회수 움직임
알펜루트 1108억 규모 환매 연기… “증권사들의 TRS 계약해지 탓”
상환자금 없는 운용사들 빨간불… 일반투자자들 “내돈 어쩌나”
환매중단 손실 그대로 떠안을판… 금융당국, TRS 해지 우려 표명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사모펀드 대란’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라임 사태’ 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에 대준 대출금을 회수하면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운용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매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 등 일반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28일 알펜루트 측은 환매 일정이 도래한 알펜루트 에이트리 1호 펀드와 추가로 환매 신청이 접수된 알펜루트 비트리 펀드 1호, 알펜루트 공모주2호 펀드 등 3개 펀드, 1108억 원 규모의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말까지 환매 중단 가능성이 있는 펀드는 이미 환매 연기를 결정한 3개 펀드를 포함해 26개 펀드, 1817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알펜루트 측은 운용사 자체의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이 환매 중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TRS는 쉽게 말해 레버리지(차입) 투자다. 자산운용사가 개인 등 일반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펀드자산)을 담보로 증권사에 대출을 받고, 당초 모은 투자 원금에 대출금까지 더해 더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구조다. 자금력이 부족한 자산운용사들의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증권사들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저금리·저수익 환경에서 짭짤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운용사의 환매 중단으로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고, 최근 자산운용사에 TRS 계약 해지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TRS 계약상 증권사는 언제든 대출금 상환(중도 해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증권사에서 빌린 대출금까지 펀드에 넣어 운용하고 있어 상환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 펀드자산만 4조∼6조 원이었던 라임자산운용도 유동화할 수 있는 회사 자산이 200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TRS 계약 해지→유동성 악화→환매 연기 또는 자산 급매→수익률 악화→투자자 손실’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앞으로 증권사의 TRS 계약 해지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은 자산운용사는 18∼19곳에 이르며 계약 규모만 2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투자자들은 벌써 투자금을 날릴까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가 대출금을 우선 찾아가면 운용사는 펀드에 들어 있던 자금을 팔게 되고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펀드를 그대로 들고 있던 개인 등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펀드 투자자는 “시장이 호황일 때 돈 대주고, 조금 위험하니까 돈 빼가는 증권사 행태가 올바른 건지 모르겠다”며 “결국 피해는 개미들만 짊어지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의 일방적인 TRS 계약 해지에 우려를 표명하며 우회적으로 증권사에 경고장을 날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시장점검 회의를 열고 “증권사의 TRS 계약 해지가 편입 자산 부실과 관계없는 정상적인 펀드에까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를 확산시키고 펀드 투자대상기업의 부담으로도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8일 금융감독원도 6개 대형 증권사를 불러 TRS 계약 해지에 대해 다소 강도 높게 경고했다. 금감원 측은 증권사에 “TRS 계약 등은 자본시장의 혁신성을 제고하고 투자자에게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조기 환매 요청을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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