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전염병 리스크가 번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은 물론이고 실물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던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우한 폐렴’ 공포가 덮친 코스피
설 연휴를 마치고 28일 개장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 하락한 2,176.7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한 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던 지난해 5월 9일(―3.09%)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525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는 3.04% 떨어진 664.70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0원 뛴(원화 가치 하락) 1176.7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2% 넘게 하락한 일본 증시 역시 이날도 0.55%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증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로 열리지 않았다. 새해 들어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에서도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27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57%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57%, 1.89% 떨어졌다.
연휴 기간 우한 폐렴이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화와 국채, 일본 엔화, 금 등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4%(5.50달러) 오른 1577.40달러에 거래를 마쳐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 유가는 수요 감소 우려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9% 미끄러진 배럴당 5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되살아나는 사스의 악몽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2003년 아시아 지역 경제를 뒤흔든 사스 사태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스 사태 당시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우한 폐렴은 작년 12월 3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25일 만에 1000명을 넘기는 등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당시 코스피는 약 30% 하락했으며 경제 성장률도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을 넘어 국내 실물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5%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의 위축은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감에 반등을 도모하던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29%, 2.43% 떨어졌다. 중국발 관광객 및 화장품 수요 등이 다시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호텔신라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도 각각 10.31%, 8.47%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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