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HO는 26일(현지 시간) 전 세계 우한 폐렴의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상향 조정한 일일 상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WHO가 23∼25일 발간한 일일보고서에는 전 세계 위험 수위가 ‘보통’으로 표기됐다. 위험 수위가 상향 조정되자 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WHO는 “23∼25일 보고서에서도 위험 수준을 ‘높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표기가 잘못돼 이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표기를 계기로 WHO가 우한 폐렴 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WHO는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된 이달 22일에야 처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23일 다시 회의를 열어 ‘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중국에서는 비상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북미, 호주, 유럽까지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
WHO에 대한 비판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대형 전염병이 퍼질 때마다 잦은 오판 때문에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돼 1만1310명이 사망했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도 WHO는 ‘한국 내 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지만 감염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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