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업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인 화웨이 제품을 국가 안보와 큰 관련이 없는 영역에 한해 허용했다.
가디언 등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8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영국은 화웨이를 ‘고위험 판매회사’로 지정하고 핵, 군사시설 등 민감한 영역에서는 화웨이 사용을 제외했다. 또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도 최대 35%로 제한했다. 영국은 이날 화웨이 외에 한국 삼성, 중국 ZTE,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손 등도 주요 공급회사로 선정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의 화웨이 허용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영국 관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기밀정보 협력 체제 ‘파이브 아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줄곧 ‘미국을 통한 안보 이득을 취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손잡을 수는 없다’며 동맹국에 화웨이 배제를 거세게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민간 기업의 외피를 두른 사실상의 중국 정부기관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6)는 젊은 시절 인민해방군 장교로 복무했고 정부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빠르게 회사를 키웠다. 미국은 특히 화웨이가 소위 ‘백도어’ 장치를 통해 입수한 각국의 중요 기밀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는 첩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각국은 화웨이 제품 가격이 주요 경쟁업체보다 싸기 때문에 안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우리도 화웨이의 위험을 잘 알지만 당장 (화웨이를) 대체할 회사가 없다. 그래서 ‘고위험 판매회사’라고 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1년 넘게 영국에 화웨이 배제를 압박했지만 영국이 결국 화웨이를 허용했다. 다만 화웨이 사용처를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해 미국의 손도 일부 들어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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