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영입한 원종건 씨(27)가 28일 영입인재 2호 자격을 반납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날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여성이 온라인 사이트에 원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미투’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원 씨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며 성폭력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 공방 자체가 (민주당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원 씨는 23일 민주당 영입인사 중 처음으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팎에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물의 ‘스토리’에만 집중한 당 차원의 스크린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고서도 아직도 ‘우리는 괜찮다’는 도덕적 우월성을 지니고 있는지 철저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너무 무책임한 영입이라는 비난 글 수백 건이 쇄도했고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집단 항의 문자메시지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 씨 영입 당일 그를 ‘민주당의 미래’라고 했던 이해찬 대표는 이날 정작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둘의 문제이니 사적인 영역 아니냐”며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원 씨 영입은 민주연구원 작품”이라며 선 긋기에 바빴다.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은 민주당 싱크탱크다.
야당은 맹비난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원 씨 논란은 오로지 화제가 될 감성팔이 인재 영입에 몰두한 결과”라며 “민주당 영입인재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한국당도 지난해 말 원 씨 영입을 검토했지만 미투 가능성을 제보 받고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만 주는 민주당은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검증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여당 지도부가 이 같은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 씨의 또 다른 전 여자친구 A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 씨로부터 생명에 위협이 들 정도인 ‘데이트 폭력’으로 느껴지는 집착을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원 씨가) 평소에는 다정다감하다가도 지나치게 집착이 심했다. 다른 남성은 절대 못 만나게 하고 내 휴대전화도 자주 뒤졌다. 남성 전화번호는 다 지우게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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