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지난해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10년의 비상을 다짐하며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야 할 때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사진)은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새로 맨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새해를 열었다. 과거의 영광보다는 닥쳐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 체질 개선,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의 노력을 거쳐 온 농협금융은 지난해 2년 연속 1조 원을 초과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7년 연속 사회공헌 1등 금융그룹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0년의 시간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생존의 시험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10년을 대비해야 한다며 내세운 경영 슬로건은 ‘D.E.S.I.G.N.’이다. △디지털 경영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사회적 책임경영(E.S.G.) △전문성과 균형성장(Specialty) △농업의 가치제고(Identity) △글로벌 가속화(Glocalization) △관계와 소통, 협업 강화(Network)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김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경영혁신을 이룬 금융회사는 상품, 서비스의 기획부터 출시, 사후관리까지의 모든 프로세스가 디지털에 기반한 회사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디지털화에 발맞춰 나갈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져올 고객 서비스영역 변화를 주시하며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부문은 자산이익률 중심의 사업전략을, 보험은 장기가치를, 증권, 자산운용 등은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평가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수익 센터 개발로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농업의 가치를 높인다는 농협금융의 본연의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김 회장은 “농업은 단순히 농사짓는 일이 아니다”며 “농기계, 종자, 비료부터 식품, 유통까지 많은 산업과 연관돼 있으며 나아가 외식, 숙박, 제약, 바이오산업으로까지 파생되어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저평가돼 있지만 향후 재평가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농업 기반 육성을 위해서는 단기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통한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농식품 기술금융 지원 △농업 영역 확대 △어그테크(Ag tech) 기업 육성 △농업기술금융체계 구축 △농촌 융복합산업 촉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이 중심이 되는 ‘농업금융 허브 전략’이 실현될 수 있으며 농업 가치 제고와 농업인 소득 증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실 있는’ 글로벌 사업의 추진도 김 회장이 강조한 농협금융의 지향점 중 하나다. 전략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와의 사업협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의 거점 확대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는 셈법이다. 투자전문인력 양성과 글로벌 IB 역량 강화로 해외사업 수익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룹형 플랫폼 서비스’ 구축도 추진 중이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사업을 재구성하고, 고객·상품·서비스의 통합 관점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내부 구성원을 디지털, 글로벌, 투자금융, 자산관리 등 전 사업 분야의 금융전문가로 양성할 것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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