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어제 탈당을 선언하면서 ‘실용적 중도정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넘겨 달라는 안 전 의원의 제안을 거부한 지 하루 만에 결별 통보를 한 것이다. 이로써 2년 전 안철수-유승민계가 손잡고 만든 바른미래당의 실질적인 창당 주역 두 명이 모두 당을 떠났다.
2011년 안 전 의원의 등장은 보수-진보의 벽을 뛰어넘는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현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안철수 정치’는 현실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안 전 의원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신당을 세 번 창당했지만, 그 당에서 두 번이나 탈당했다. 2012년 대선 후 미국으로 갔고, 2년 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외국으로 떠난 것도 어려운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치 바람이 불 때만 얼굴을 내미는 ‘간보기’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손 대표의 처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손 대표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10월 추석 때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이 안 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당권도 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번번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당권 버티기를 하니 당 안팎에서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안 전 의원의 구상은 제3지대 중도실용 정당이다. 그러나 치열한 노력 없이 4년 전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돌풍을 기대한다면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은 ‘반문(反文), 비(非)한국당’만 있을 뿐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국민들은 때만 되면 고개를 드는 ‘안철수 정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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