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일본이 취할 수 있는 다음 행보가 독도 도발입니다. 일본이 독도 근처에서 무력 도발하면 육군 중심인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과거사와 현실 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가 여전하다. 최근 일본이 방위전략 홍보 영상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10만 부가 팔린 ‘일본이야기’를 냈던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76·역사교육)가 ‘일본 다루기: 달라진 한국’(이상미디어)을 최근 출간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마디로 한국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핑계로 주요 품목의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한 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형성된 한미일 연대를 미중 패권 다툼에 따라 반중연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묵인하에 한국을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필요할 때 덫을 치고 기다린다”면서 “한국인은 일본을 모르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때 일본이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한 걸 두고 화창할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 올 때 가져갔다고 하지요. 그런 일을 겪고도 소재·부품 문제에 대비를 못 했던 거지요.”
그러나 일본이 조만간 추가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지난해 일본의 대한 수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실리를 중시하는 일본이 명분을 위해 싸우는 모양새가 국내적으로 썩 유리하지 않습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4000만 명으로 늘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5만 달러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삼겠다던 아베 신조 총리의 구상이 우리의 일본 관광 불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으로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는 길게 봤을 때 통일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중국을 적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정은 정권은 근대화를 추진해도, 안 해도 몰락하게 돼 있어요. 통일은 대비의 문제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데 우리 역사에서 중국에 맞선 세력이 한반도의 주인이 된 예가 없어요.”
중국은 지금도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지만 향후 점점 한반도의 운명에 ‘상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나쁘게 말하면 미국은 멀리 있는 깡패, 중국은 가까이 있는 깡패”라며 “한반도는 중국과 통일과 분열이라는 역사의 궤적을 같이했고, 이를 거슬렀을 때 반드시 침략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을 저술로 논박한 학자로 꼽힌다. 그는 ‘임나’ 관련 사료에 해설을 단 자료집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내가 공부해온 곳까지는 후학들이 헤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일본 다루기’도 일본사를 공부한 학자의 책임감으로 내놓은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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