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57) 김두관(60) 홍준표(65) 전 경남도지사. 21대 총선을 앞두고 ‘올드 보이’들이 등졌던 고향으로 일제히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정치판이라지만 전직 지사 3명의 출사표는 의외다. 거창 출신인 김태호 전 지사는 산청-함양-거창-합천, 창녕에서 태어난 홍준표 전 지사는 밀양-의령-함안-창녕을 택했다. 둘은 자유한국당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그는 양산을(乙)로 간다.
김태호, 홍준표의 귀향은 당 안팎에서 찬반이 갈린다. 일부는 “중진들이 험지로 가야 한다”며 고향 출마를 말린다. 반면 “왜 그들에게만 짐을 지우느냐”는 의견도 만만찮다. 두 사람은 원외(院外)여서 상대적으로 몸이 가볍다.
김두관은 경기 김포갑 현역 의원이다. 김포도 그랬지만 양산도 무연고다. 양산행이 입길에 오르는 이유다. 그와 남해군 동향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과거 지역구를 남해에서 양산으로 옮기며 했던 ‘아재 개그’가 떠오른다. 부인과 첫 데이트를 한 곳이 양산이라던…. 양산시민의 마음도 착잡하지만 당장 민주당 예비후보의 반발이 드세다.
양산을의 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당 김일권 양산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 판단만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도 있다. 부산울산경남(PK) 민심 이탈에 답답한 민주당이 김두관을 차출한 이유 중 하나다. 인지도와 향후 역할도 감안한 판단. 그를 통한 PK 분위기 반전은 가능할까. 의외로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다. 대의명분이 약하고 개인 흡인력도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공학에 치우친 차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시민은 또 어떤가. 그는 ‘오직 김포! 김두관’이라는 슬로건을 썼다. “김포를 떠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도 했다. 그 구호와 언약은 어디 갔나. 그는 “피하고 싶었다. 당의 요청으로 지역구를 옮기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당명을 거역하기 힘들다지만 국민 명령을 덮을 순 없다. 그에겐 유랑자 이미지까지 덧씌워질지 모른다.
정치인의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늠자다. 김두관 전 지사는 재직 2년 무렵이던 2012년 7월 대선에 도전한다며 자리를 떴다. ‘15년 만의 지방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의미는 빛이 바랬다. 민주진영 타격도 컸다. 그 빈틈을 차지했던 홍준표 전 지사 역시 2017년 4월 지사직을 던지고 대선에 나갔다. 모두 예·본선에서 실패했다. 도정 공백으로 경남을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들이다. 백배사죄로도 모자랄 판에 표를 달라 한다면 두꺼운 낯짝이다.
전현직 경남도지사 5명 전원은 중도 사퇴라는 부끄러운 이력을 가졌다. 김혁규 김두관 홍준표 등 3명은 도지사, 김태호 전 지사는 거창군수, 김경수 현 도지사는 김해을 국회의원 임기를 채우지 않았다. 유권자와의 계약 파기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 정치 불신으로 이어졌다.
교언(巧言)의 달인, 날고 기는 정치인이라 한들 범부(凡夫)보다 뼈가 더 많을 리 만무하다. 가는 곳마다 “영원히 뼈를 묻을 것”이라 핏대 세우던 이들이 이제 고향 땅에서 혼과 뼈를 묻겠다는 흰소리 날릴 판이다. 나고 듦 정도는 제대로 헤아리는 후보를 고르는 일, 깨어 있는 유권자 몫이다. 두 달 보름 뒤 심판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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