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동국제강 정부에 신청
中 저가공세로 한국 시장 잠식… 2015년 부과 반덤핑관세 7월 만료
철근 등 中제품 국내판매 늘고 中철강사 구조조정으로 몸집 키워
“국내산업 피해 우려” 목소리 커져
국내 철강업계가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7월 만료되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관세(AD) 연장을 최근 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저가의 중국산 판매가 다시 늘어나자 국내 철강재 시장을 지키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0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등을 요청했다. 단면이 영어 대문자 H처럼 생긴 H형강은 건축물 철골구조 등에 쓰이는 철강재다. 국내에서 매년 연간 260만∼300만 t가량이 소비되고 총판매액은 2조 원을 웃돌기 때문에 철근과 더불어 주요 건축용 철강재로 꼽힌다.
저가의 중국산 H형강이 과거 연간 최대 100만 t가량 수입되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자 국내 철강업계는 2014년 중국산 H형강을 반덤핑 혐의로 정부에 제소했다. 이 제소가 받아들여지면서 중국산 H형강은 2015년부터 5년간 최대 33%의 반덤핑관세 부과 품목으로 지정됐고 이에 따라 국내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철근 20만 t가량을 포함해 중국산 철강재 판매량이 전년보다 약 100만 t 늘었다. 2017, 2018년에 비해 중국 내수 시장이 침체돼 판로가 막히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근거리인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여기에 기존의 관세 부과 조치도 7월 종료되자 H형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덤핑 판매와 그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를 우려하면서 관세 부과 연장을 신청한 것이다. 기재부가 이번 신청을 접수하면서 정부는 앞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철강업계에서는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눈에 띄는 실적 하락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공시한 현대제철은 1479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의 모태인 인천제철 시절을 포함해 1990년 이후 첫 분기 영업 손실이다. 31일 4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인 포스코도 연결 기준으로 9분기 동안 이어온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지만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 산업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철강 제품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H형강 등에서 저가의 중국산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최근 초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저가뿐 아니라 고급 철강재 등에서도 중국의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최대 철강사인 보무강철은 지난해 마안산강철 등을 인수하면서 연산 9000만 t 규모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췄다. 중국이 철강사 통합을 통한 대형화·집중화를 주요 기조로 내세우면서 보무강철이 조만간 세계 1위의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보무강철이 이끄는 통합은 피인수 업체에 기술력과 경영관리 능력을 전수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무질서한 가격 경쟁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결국 대형화에 따른 원자재·제품 협상력 증대, 업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 등으로 국내 업체와의 경쟁 심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