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중국 우한에서 교민 700여 명을 귀국시키려던 전세기 일정이 어제 새벽 갑자기 취소됐다. 정부는 어제 오후에야 ‘비행기를 하루 2대 띄우는 문제로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며 30일 밤에 우선 1대만 보낸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이 28일부터 자국민을 이송한 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통화까지 했는데도 관련 협의가 원활치 않았던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앞서 주우한 총영사관은 중국 정부와의 협의는 물론이고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도 전인 27일부터 교민들에게 이송 공지를 낸 뒤 수차례 일정을 번복해 교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정부가 보인 ‘우왕좌왕’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오전까지 이송 대상 교민을 두고 무증상자만인지 유증상자 포함인지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그날 오후 무증상자만 우선 데려온다고 정리했다. 교민들을 격리 수용하는 장소도 28일 천안이라는 발표문을 사전 배포했지만 29일 아산과 진천으로 바꿔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혼선을 키웠고, 지역사회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 비판을 자초했다. 격리시설 선정 과정에 대해 청와대는 “총리실에서 했다”고 하고, 총리실은 “행정안전부가 물색한 것으로 안다”며 떠넘기고 있다.
신종 감염증 같은 재난에는 신속하고도 체계적인 대처가 긴요하다. 현실은 뚜렷한 사령탑 없이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복지부 총리실 청와대 등 여러 주체가 나서 중구난방식으로 뛰면서 엇박자가 커지는 모양새다.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도 님비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전염병 관련 사령탑은 전문성을 갖춘 질병관리본부가 전권을 갖고, 격리시설 지정 등 행정적인 지원이나 전세기 수송 등 외교·정무적 사안은 국가안보실 또는 총리실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결정해 지원해줘야 한다. 우한 폐렴 사태는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총괄 주체를 명확히 해 효율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한 폐렴이 대한민국의 위기대응 능력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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