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연되면 4월부터 한국인 근로자에게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그제 통보했다.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유효기간이 지난해 말로 끝나 자금 지출이 어렵다는 이유다. 미국의 증액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개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28년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10차례 하면서 협정 유효기간을 넘긴 것은 2005년, 2014년 등 두 차례였다. 그래도 한국인 근로자 임금은 계속 지급됐다. 이번에 한국인 근로자 9200여 명의 임금을 빌미 삼아 분담금 증액 압박을 한 것은 동맹을 비용으로 보는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의 비무장지대 출입 관행에 제동을 건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동맹의 파열음이 우려되는 장면들이다.
한미 양국은 14, 15일 6차 협상에서 지난해 분담금(약 1조389억 원)에서 한 자릿수 증가율로 의견을 좁히긴 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은 SMA 항목에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나 역외 훈련 비용까지 추가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은 기존 틀을 넘지 말아야 한다며 맞섰다고 한다. 미국산 무기 구매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최종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릇된 동맹관이 분담금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상원의원들도 자국 정부에 과도한 분담금 압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요구를 무조건 외면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최근 공동기고문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의 3분의 1만 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미국의 기본 시각이다. 한국도 합리적인 분담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하며, 흔들리는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견해차는 있을 수 있어도 동맹을 갈등과 파국으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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