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딛고 ‘와신상담’ 오지현
2018시즌 대상포인트 2위였고 한때 김지현과 우승 양분했지만
“욕심 컸는지 부상으로 내리막 일상 즐기되 약점 철저히 보완”
“아쉬움이 컸지만 제 부족함을 깨닫고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던 오지현(24·KB금융그룹)은 지난해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이듬해부터 매 시즌 우승을 맛본 그는 지난해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7, 2018시즌 연속 2승씩 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기에 더욱 의아한 결과였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훈련 중인 오지현은 서면 인터뷰에서 “만족스러웠던 두 시즌을 보내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욕심을 부린 것이 오히려 무릎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8시즌 대상 포인트 2위였던 그는 지난 시즌 36위까지 미끄러졌다. 기권을 세 번, 컷 탈락을 네 번 했다. 시즌 중 스윙 코치를 바꾸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 성적은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거둔 5위. 2017년까지 오지현의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오충용 씨(54)는 “시즌 초부터 부상을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후반기에는 다 내려놓고 오히려 편하게 보냈다.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마친 뒤 기분 전환에 주력했다. 골프장을 떠나 일상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로는 절친한 선배 프로골퍼인 김지현(29·한화큐셀)과 프랑스 파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함께 에펠탑을 보고 루브르박물관도 들렀다. 오지현은 “거리에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며 여유롭게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현 언니는 친언니 같은 존재다. 기쁘고 슬픈 모든 순간을 함께한 좋은 경쟁자이자 조언자”라고 말했다. 오지현과 김지현이 동반 활약하면서 한때 ‘지현 천하’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는 박인비(32), 신지애(32) 등과 친목 모임 ‘은가비’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은가비는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라는 뜻이다. 오지현은 “TV로만 보던 언니들과 뜻깊은 일을 하며 후배가 아닌 동생으로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듣는 게 즐거움이 됐다.
새 시즌을 앞둔 오지현은 자신의 약점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안성현 코치의 지도 아래 김지현, 박결(24), 노승열(29) 등과 함께 훈련 중인 오지현은 “그린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100m 이내 샷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2017, 2018년) 연속 평균 퍼팅 수 1위를 하기도 했던 오지현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그린 적중률 20위 안에 든 적이 없다.
평소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No pain No gain)’를 좌우명으로 삼는 오지현은 지난해 부진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됐기를 바란다. “이왕 할 거 후회 없이 하자는 주의다. 컨디션을 회복해 몸 상태도 아주 좋다. 올해는 꼭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지난해 못 한 우승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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