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부실판매로 소비자 피해”… 최고경영진 교체수준 중징계 이례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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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하나銀 ‘DLF 문책’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은행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앞으로 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금융회사에는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펀드 사태 등 금융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 전반으로 ‘CEO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불완전 판매 같은 영업행위로 CEO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유례없이 강경한 조치다. 2008년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낳았던 ‘파워인컴펀드’ 사태 때도 불완전 판매 책임이 있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만 내려졌다. 앞서 금감원 중징계를 받은 CEO들은 대규모 투자 실패, 부당한 금융 지원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불완전 판매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고 실제로 내부 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CEO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1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열린 제재심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현행 법 규정만으론 CEO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며 CEO가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제재심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판매를 경고하는 내부 의견을 묵살하는 등의 책임을 CEO에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겼던 중징계 조치가 현실화되자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에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특히 3월 주주총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으려던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지주 회장은 물론 현재 공석인 우리은행장 선임까지 맞물린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하나금융 역시 차기 회장 후보 중 ‘원 톱’이었던 함영주 부회장이 중징계를 받음에 따라 후계 구도가 엉클어지게 됐다. 함 부회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고, 3연임 중인 현 김정태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물론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제재의 효력은 ‘통보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의지에 따라 손 회장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이 길어져 3월 주총 이후 제재 결과가 통보된다면 손 회장이 이미 새 임기를 시작한 뒤라 제재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과 우리금융이 금감원 처분에 불복해 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행정소송 등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감원과의 전면전은 손 회장이나 우리금융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감원 중징계를 받고 자리를 지킨 전례가 없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빚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금감원의 문책경고에 반발하다 결국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강경처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은행 관계자는 “CEO 한 명 지키려다가 조직 전체가 금감원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당시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장윤정 기자
#dlf 사태#파생결합펀드#불완전 판매#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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