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인파 모이면 감염위험” 행사 축소… 귀국 앞둔 중국인 유학생은 불참
“여기서 손 소독하고 마스크 쓴 다음에 들어가자.”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미림여고의 3학년 교실 앞. 이날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와 가족들은 문 앞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집어 들었다.
해마다 중국인 유학생을 받는 미림여고는 올해 중국 국적 졸업생 10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졸업식에 오지 못했다.
중국인 학생들과 어우러져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던 졸업식도 갑작스레 바뀌었다. 학교 측은 본래 강당에 학생과 학부모가 대거 모여 이사장 축사, 학생 연설, 외국인 학생 연설, 축하공연의 순서로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일 경우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이틀 전 이를 전면 취소했다. 각자 교실에서 졸업 기념 영상을 15분간 시청하고, 이사장 축사는 담임교사가 대독하는 방식으로 조촐한 졸업식을 치른 것이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2016년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들이 졸업식에서 학생 연설을 하는 게 학교의 관행이었는데, 이번엔 우한 폐렴 사태가 심각해 유학생들은 참석하지 않고 추후 졸업장을 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많은 학교가 미림여고처럼 졸업식 계획을 급히 변경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A초등학교는 학부모 참석 없이 6학년들만 모여 졸업식을 치르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의 B중학교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찬조공연 등이 예정된 강당 졸업식 행사를 취소하고, 학급 단위의 작은 졸업식으로 바꿨다.
특히 유학생 비율이 높은 일부 특수목적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서울 광진구 대원외국어고는 이번에 졸업하는 중국인 학생 18명에게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했다. 유순종 대원외고 교장은 “어떤 방식으로 졸업식을 진행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외국인 학생들은 항공권 예매 등 개인 일정 조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졸업식 관련 사항을 미리 공지했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사립대들은 다음 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졸업식의 연기 또는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이다. 부산외국어대는 졸업식을 아예 취소하고, 중국인 졸업생에겐 국제우편으로 졸업장을 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재능대는 다음 달 11일로 예정돼 있던 학위 수여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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