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0세대 전설의 록그룹 ‘껌엑스’ 11년만의 일본 공연
2002년 日 상륙해 열도 강타… 작년 日멤버 2명 영입해 재건
지바 룩 컴백 공연, 객석 들끓어… 다국적 밴드로 제2의 도약 꿈꿔
“아 유 레디!”
1일 저녁 일본 지바현의 공연장 ‘지바 룩’. 기타를 둘러메고 무대에 오른 한국인 이용원 씨(40)가 진격하는 장수처럼 사자후를 토하자 객석이 들끓었다.
“예∼∼!”
공연장 250석을 거의 메운 일본인 관객들이 악을 질렀다. 오랜 기다림의 한을 포효에 실었다. 이 씨가 이끄는 밴드 ‘껌엑스(GUMX)’가 11년 만에 연 일본 공연이다. 지바 룩은 ‘엘르가든’ ‘하이스탠다드’를 비롯한 현지 유명 음악 팀들이 전(全) 일본 투어 출정식을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껌엑스는 케이팝 ‘0세대’ 전설의 록 그룹이다. 가수 보아가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을 밟은 것이 2002년임을 생각하면 가히 믿기지 않는 ‘도시 전설’이 있다. 이 씨가 1996년 서울 문일고 1학년 시절,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과 결성한 팀 ‘껌(GUM)’이 시발점이었다. 만화 주제가처럼 극적인 멜로디와 질주하는 비트를 결합한 펑크록으로 한국 팬들의 명치끝에 불을 지르더니….
2002년에 ‘일’을 냈다. 일본 ‘토이즈 팩토리’ 관계자가 껌의 공연을 보고 감동해 계약을 제안한 것. ‘토이즈…’는 일본 국민 밴드 ‘미스터 칠드런’이 소속된 유명 음반사. 이 씨가 22세일 때다. ‘우린 더 이상 껌이 아니다’란 의미로 팀명을 ‘껌엑스’로 개명하고 일본 데뷔 첫 무대가 2003년 일본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후지 록페스티벌’. 이 축제에 최초로 초대된 한국 음악가였다. 이들의 노래가 일본 TBS TV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 ‘슈퍼 사커’의 메인 테마곡이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이어졌다. 내는 앨범마다 수만 장씩 판매, 일본 전국 투어 수차례….
2일 일본 투어 둘째 날인 이바라키현 공연 전 전화를 받은 이 씨는 “어젯밤 대단한 환대를 받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전설의 복귀 소식은 일본 음악 팬들에게 빠르게 타전됐다. 음반점과 공연 예매 사이트에 이들이 몰렸다. 지난달 1일 낸 11년 만의 복귀작 ‘BUST A NUT’는 도쿄 신주쿠 ‘디스크유니온’, 나고야 ‘타워레코드’ 등 주요 음반점에서 ‘일본 펑크’ 앨범 판매 순위 5위권에 진입했다. 껌엑스는 4월까지 교토 나가노 시즈오카 나고야 도쿄 등지를 돌며 20회 공연한다.
“껌엑스의 재결합은 10년 전부터 추진했어요. 프로젝트 밴드로 시작한 ‘옐로우 몬스터즈’ ‘소닉스톤즈’를 하면서도 마음엔 늘 껌엑스가 있었죠.”
이 씨는 지난해 일본인 멤버 두 명을 들여 껌엑스를 재건했다. 베이시스트 요시(나가시마 요시카즈·38)와 드러머 유토(미야자키 유토·31)다. 리드보컬과 기타를 맡는 이 씨는 ‘한국의 전설’을 넘어 이제 다국적 밴드 리더로서 다시 한 번 출항한다. 피 끓던 고교생은 어느덧 배 나온,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신곡 ‘PINK LIPS’ ‘FUCK LEE’ ‘THE ANSWER’에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새로 시작하는 사람의 펄떡이는 붉은 혈기를 담았다.
“일본의 펑크록 시장은 어마어마합니다. 펑크록 장르 전문 페스티벌에 3만 관객이 몰릴 정도죠.”
껌엑스의 복귀 덕에 무대에서도, 객석에서도 한일의 젊은이들이 어깨 걸고 노래하게 됐다. 이 씨는 “한일 관계의 현황을 떠나 양국의 뛰어난 음악문화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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