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센터, 사료집 2권 출간
1950∼90년대 생생한 역사 기록… 핵심 인물 18명의 활동상도 소개
인천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역사를 간직한 도시지만 이를 기억하거나 기념하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인천 5·3 민주항쟁’(1986년 5월 3일)을 비롯해 1950∼90년대 수많은 민주화운동 및 노동운동이 펼쳐졌다. 2013년 출범한 인천민주화운동센터는 인천지역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시민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민주운동기념관 설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센터는 2년간의 구술 채록과 자료 정리 작업을 토대로 ‘인천민주화운동사’와 ‘18인의 인천 민주화운동가 열전’ 등 사료집 2권을 최근 잇달아 발간했다.
인천민주화운동사는 인천에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16명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해 노동, 학생, 여성, 문화, 종교, 빈민 등 분야별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시대별 민주화운동을 정사(正史) 형태로 소개한 책이다. 1부 1950∼60년대 민주화운동, 2부 1970년대 유신체제기 민주화운동, 3부 1980년대 신군부 독재와 민주화운동, 4부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 5부 부문별 민주화운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57년 미군 유류보급창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항의농성이 있었으나 노동운동은 1969년 부평지역의 한국수출산업 제4공업단지에 이어 1970년대 주안의 제5, 6단지가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1972년 동구 만석동 동일방직에서 국내 최초로 여성 노조지부장이 선거를 통해 탄생하면서 인천은 1980년대까지 노동운동의 성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1978년 동일방직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끼얹은 이른바 ‘똥물 투척사건’이 발생하고 124명의 여성 노조원이 집단 해고되면서 격렬한 노동투쟁이 시작되고, 같은 해 12월 인천지역 사회운동연합의 모태가 되는 한국앰네스티 인천지부가 결성됐다.
1986년 5월 3일 인천시민회관에서 예정된 신민당 개헌추진위원회 결성대회에 서인노련, 인사련, 민통련, 자민투, 민민투 등 학생 및 노동 운동권이 총집결하면서 광주 5·18민주화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가 일어났다. 이날 현장에서 129명이 소요죄로 붙잡혀 구속됐고, 이호웅, 이우재, 홍성복, 양승조 등 시위 주도층 60여 명이 수배되기도 했다. 5·3 민주항쟁의 수배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울대생이었던 박종철 씨가 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고문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가 출범하고 6월 항쟁이 촉발됐다. 이후 인천에선 인민련(인천지역민족민주운동연합), 인천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이 결성돼 치열한 정치투쟁이 전개되는 동시에 신부, 변호사, 의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목요회’를 중심으로 계양산 살리기, 선인학원(현 인천대) 정상화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이 새로운 형태로 시작됐다.
18인의 인천 민주화운동가 열전은 인천민주화운동 정사에서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를 인물 위주로 엮은 것이다. 여성 노동자 출신 소설가인 양진채 씨가 대표 집필한 이 열전에는 1932∼1953년에 출생한 김병상 조화순 황영환 우순부 김명숙 홍성훈 조광호 박남수 박종렬 염성태 이총각 양재덕 이호웅 유동우 정화영 호인수 전점석 문희탁 씨(나이순) 등 인천민주화운동 핵심인물 18명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다.
1976년 한국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인천교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은 김병상 신부(88)는 수차례 투옥된 이후 최근까지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인천산업선교회의 대모인 조화순 목사(86)는 1966년부터 노동자로 일하며 유신체제 초기 동일방직, 삼성산업, 반도상사, 태양공업, 삼원섬유, 신한일전기 등의 노조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1966년 동일방직에서 여성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한 이총각 씨(73)는 똥물 투척사건 피해자로 강제 해직된 이후 40여 년간 노동운동가 겸 지역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오경종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은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분들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며 “인천에서 활동한 민주화운동가들이 너무도 많아 앞으로 구술 위주로 기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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