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기업에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해 주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배상 권고안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수용한 것이다. 신한, KDB산업, 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배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피해 기업 2곳(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에 42억 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조위를 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키코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4개 수출기업에 판매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키코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KDB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등 총 255억 원이었다.
하지만 선뜻 분조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은행들은 없었다.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버린 만큼 법적인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배상 결정을 따르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150여 개에 이르는 키코 피해 기업들이 추가로 분쟁조정에 나설 경우 배상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분조위 배상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권의 전체 배상 금액은 2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리면서 다른 은행들이 배상 대열에 합류할지 눈길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배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3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하나은행은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을 감안해 금감원에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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