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2003년 사스 때를 추월했다. 중국 정부는 2일까지 1만7205명이 감염돼 36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9개월간 지속된 중국의 사스 피해 기록(확진자 5327명, 사망 349명)을 2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27개국에서 1만73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나와 사스(8098명)와 메르스(약 2500명)를 앞질렀다. 실제 감염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추정치도 있다. 전문가들은 2개 이상 대륙에서 환자들이 대거 발생하는 팬데믹(대유행)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다”면서도 7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팬데믹 수준의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는 감염병 상식을 뛰어넘는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지만 빠른 전파 속도는 독감에 가깝다. 기침 같은 증상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무(無)증상 전염 사례가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독일에서는 감염 증세가 사라진 회복기에도 전염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비말(飛沫·침방울)이 아닌 분변(糞便)으로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말로, 증상이 있을 때만 전염되는 사스나 메르스와는 달리 감염 차단이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다.
전파 속도나 전파 경로를 종잡을 수 없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감염병 위기 경보와 관련해 “현재의 경계 단계를 유지하되, 실제 대응은 심각 단계에 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보 4단계 중 최고 수준인 ‘심각’은 제한적 전파를 넘어 지역사회로 전파될 때 발령한다. 확진환자 15명과 접촉한 사람이 900명이 넘고 중국 우한(武漢)에서 입국한 후 연락 두절인 내국인 50여 명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미 ‘심각’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방역체계는 전파력이 약하고 대형병원 감염 위주인 메르스 맞춤형이다. 빠르게 지역사회에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를 잡으려면 동네병원과 지역보건소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 무증상·회복기 전염에까지 대비하려면 대대적인 방역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급증하는 국제 교류는 이미 국경 없는 전염병의 상시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3년 사스 위기를 사망자 없이 극복한 후 방심하다 12년 후 메르스로 38명을 잃었다. 뒤늦게 방역 체계를 정비했지만 신종 코로나 같은 변종에는 힘을 못 쓰고 구멍을 드러냈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는 말이 있다. 언제 습격해올지 모를 전염병에 지지 않으려면 훈련된 전문가와 변화에 대응하는 방역 시스템, 공공보건 교육이 어우러진 튼튼한 방역이 일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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