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90년대 복고 문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레트로 콘셉트의 식품들도 ‘촌스럽다’는 이미지보다는 ‘건강하고 포근하다’로 각인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마트와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유통업체들은 추억의 맛을 모티프로 한 신상품을 내놓거나 출시가 중단됐던 제품을 다시 선보이는 중이다.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팥’을 주재료로 한 간식 제품들이 중장년층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올해 1월(1∼27일) 팥으로 만든 전통 과자 양갱과 모나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35.6% 증가했다. 팥소와 프랑스산 고메 버터를 사용한 신세계푸드의 ‘앙버터 몽땅’은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량이 약 25만 개에 달한다. 곶감과 굴비 매출도 같은 기간 82.3%, 143.4%나 증가했다. 곶감은 설 선물세트뿐 아니라 일반 곶감 상품도 26.3%나 증가하며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반면 인공적인 단맛을 가진 마카롱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전통 식품군들이 감성적으로 재해석되면서 수요 연령층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수요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971년 출시된 SPC삼립의 스테디셀러 ‘삼립호빵’도 지난해 12월 누적 판매량 60억 개를 돌파했다. 올겨울 시즌이 시작된 지난해 11, 12월 매출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SPC삼립 측은 이번 시즌 매출액이 역대 최대인 11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추억의 맛을 모티프로 한 신상품을 내놓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뚜레쥬르는 올해 초 국민 간식 꿀호떡에서 착안한 제품 ‘치즈방앗간’을 선보였다. 일반 호떡과 달리 쫄깃하고 납작한 빵 겉면에 꿀을 바른 상품이다. 뚜레쥬르 측은 “매년 신년 제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제품을 기획하는데 올해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호떡을 모티프로 한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대표 장수 아이템을 발전시킨 제품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효자 품목으로 등극했다. 최근 오리온이 초코파이 탄생 45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신제품 ‘찰 초코파이’는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인절미와 흑임자 두 가지 맛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초코파이에 전통 디저트인 떡을 접목한 상품이다. 붕어빵을 과자로 재탄생시킨 오리온 ‘참붕어빵’은 여름과 겨울 시즌 두루 인기를 끌며 지난해 누적 매출액(168억 원)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옛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판매가 종료됐던 상품이 다시 출시되기도 한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창립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레전드 버거 투표에서 ‘오징어버거’와 함께 상위를 차지한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를 약 2주 동안 한정 판매했다. 이 제품은 1999년 출시됐다가 2016년 단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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