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삼성重 3社, 작년 세계 선박발주 감소에도 선방
카타르-모잠비크 LNG 개발 시동… 美도 LNG 생산량 늘려
韓조선사들 수주목표 상향조정
신종 코로나 돌발악재 부담에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심사 남아
4년 전 일감이 없어 ‘수주 절벽’으로 내몰렸던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조선 기술을 발판으로 올해 재도약에 나선다.
3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7조3497억 원, 영업손실 6166억 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2018년보다 매출은 39.6% 늘었지만 적자도 50.6% 증가해 2015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적자 확대는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시추 장비) 관련 중재 합의금 지급 및 드릴십 재고 자산의 장부가치 감소 등에 따른 일회적 비용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드릴십 수주 과정에서 연루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와 벌금 약 7548만 달러(약 901억 원)를 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수주 금액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까지 2년가량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는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경영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세계적인 조선업 약세에도 견조한 수주 실적을 올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라크슨이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252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2018년의 88.4% 수준이었다. 당초 업계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40% 줄어든 것이다. 한국 업체들의 수주량도 같은 기간 1263만 CGT에서 943만 CGT로 25.4%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국제 물동량이 감소하는 등 경기가 위축된 탓이 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 159억 달러의 82%를 채웠고, 대우조선해양도 목표로 했던 83억7000만 달러 중 69억 달러를 따내 82%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목표액 78억 달러 중 71억 달러를 수주해 90% 이상을 달성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필두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연이서 성공한 덕분에 세계적인 선박 발주 감소에도 한국 3사는 비교적 선방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LNG 운반선을 필두로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의 LNG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셰일가스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의 LNG 생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친환경 연료 수요 증가 또한 LNG선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클라크슨은 올해 수주 물량을 지난해보다 66% 이상 늘어난 3850만 CGT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159억 달러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실적보다 많은 각각 71억2000만 달러, 84억 달러를 목표로 제시한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IMO2020’ 황산화물 배출 규제로 친환경 선박이 각광을 받는 데다 LNG 운반선 수요 증가도 예정돼 있어 기술 경쟁력을 가진 국내 업계가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처럼 세계 경제에 대한 돌발 악재는 부담이다. 올 상반기(1∼6월) 중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에 대한 각국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도 나올 것으로 보여 세계 조선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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