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떴지만 돈벌이는 안돼…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만들고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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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환 ‘72초TV’ 대표

성지환 72초TV 대표가 “10년 내에 인공지능(AI)이 드라마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성지환 72초TV 대표가 “10년 내에 인공지능(AI)이 드라마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치킨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저기 손님.”

“네.”

“여기서 500원 추가하시면 ‘사이즈 업’이 가능하십니다.”

“사이즈 업요?”

손님의 “음….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우울한 멜로디는 빠른 비트로 바뀐다. 500원 더 내고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로 업그레이드하라며 상술을 펴는 직원과, 이에 말리지 않으려는 손님의 ‘대사 핑퐁’에 맞춰 멈춤과 재생을 반복하는 비트. 박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다보면 어느새 3분 41초가 지나간다.

콘텐츠 제작사 ‘72초TV’가 지난해 선보인 ‘숏폼(짧은 형식)’ 드라마 ‘dxyz’의 에피소드 ‘두 여자와 햄버거’다. 옷 환불, 음주측정 등 일상을 소재로 한 dxyz는 지난해 에미상 ‘숏폼 시리즈’ 후보에 올랐다. 72초TV의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이 2018년 국내 최초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뒤 두 번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성지환 72초TV 대표(43)는 “리드미컬한 전개, 내레이션 위주의 대사, 일상적 소재”를 자기만의 색깔로 꼽았다.

수학을 전공한 성 대표는 ‘평생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공연 기획사 ‘인더비(In the B)’를 차렸다. 프랑스 숏폼 드라마 ‘bref’에서 영감을 얻어 1, 2분짜리 영상을 찍은 게 시작이었다. “회사를 창업한 2014년 말엔 숏폼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짧은 디지털 콘텐츠가 뜨겠다 싶어 무작정 뛰어들었죠.”

영상을 올리자 국내외 업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광고를 붙여야 했지만 어려웠다. 3분짜리 영상에 15초 광고가 붙을 리 없었다. 콘텐츠 자체가 돈이 되기도 힘들었다. 지난 1년간 콘텐츠와 수익모델 간 연결고리를 찾았다.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아이 참, 김 대리.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시키는 일, 다 할 거야? 일의 우선순위가 있어야지.’ 성 대표가 휴대전화에서 파일을 재생하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악 같죠? 아니에요. 음원으로 들어도 재밌는 숏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30대 회사원의 일상을 다룬 대사에 비트가 깔려 마치 랩 같았다. 그는 또 한 번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A사와 함께 숏폼 시트콤을 만드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A사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를 72초TV가 각색, 연출 및 편집한다. 성 대표는 “A사와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 세계에 72초TV를 알릴 기회”라고 했다. 영화, 드라마로 기업을 광고하는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가 붙어 국내 기업과 드라마 형식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방영하는 계약도 맺었다.

“‘그때는 72초다웠는데 지금은 아닌 것’을 가장 경계해요. 끊임없이 콘텐츠와 포맷을 바꿔가는 것. 72초TV의 정체성이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72초tv#성지환#숏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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