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마치고 11일 만에 개장한 중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충격에 8% 안팎 폭락했다. 상장 종목 10개 중 8개의 주가가 개장과 동시에 10%까지 하락해 거래 정지되는 등 혼돈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 사망자와 감염자 증가로 소비와 생산 차질이 가시화하면서 중국 경제의 침체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3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춘제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3일 종가보다 7.72% 하락한 2,746.61로 거래를 마쳤다. 2015년 이후 4년여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선전종합지수는 8.45% 떨어졌다.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며 상장 종목 약 3000개가 가격 하락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됐다. 양대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약 3700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개장에 앞서 과도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1조2000억 위안(약 205조 원)의 유동성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증권감독당국은 증권사와 펀드 운용사 등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투매 행렬을 잠재우진 못했다.
한 투자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증시 폭락으로) 심장이 멎었다. 위안화 증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투자자는 “경기 하락 역시 (전염병처럼) 생명을 앗아갈 것이다”라는 글을 달았다.
‘증시가 다시 열리면 심약자는 주식 거래를 하지 말라’던 블룸버그의 경고처럼 이날 중국 증시의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은 어느 정도 예고된 사태였다. 춘제 연휴 동안 누적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충격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 코스피 역시 개장과 동시에 1.5%가량 떨어지며 2,100 선이 붕괴됐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여 약보합(―0.01%)으로 마감했다. 중국 연휴 기간에 이미 5.67% 떨어진 만큼 신종 코로나에 따른 영향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1.09%)과 대만(―1.22%)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주가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중국 내륙지역의 최대 도시이자 ‘중국의 배꼽’으로 불리는 우한(武漢)이 봉쇄되면서 수출입 물류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공장은 수급 차질이 예상되며 우한항이 폐쇄돼 우한항과 연계된 상하이항까지 화물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기업의 생산과 수출도 감소하고, 이에 1분기(1∼3월) 성장률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의) 조기 종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이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경기 개선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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