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상속과 관련한 유언의 효력을 제한하는 민법상의 ‘유류분(遺留分)’에 대해 최근 현직 법관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가운데 법무부도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유류분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서울대산학협력단에 맡겼는데 관련 보고서가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제출됐다. 연구보고서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유류분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으니 연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고 법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류분과 관련해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그런 법률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유류’는 후세에 물려준다는 뜻으로, 유류분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서만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장남 등 특정 상속인(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에게 몰릴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반드시 남겨 둬야 하는 다른 상속인들의 몫을 말한다.
산학협력단이 법무부에 제출한 ‘유류분법의 입법론적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관철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논쟁적인 제도”라며 “유류분법 개혁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를 축소해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 폐지 △배우자 유류분 비율 인상 △피상속인이 원할 경우 가족적 연대가 파탄 난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권리 박탈 등을 제도 개선의 주요 방향으로 삼았다. 이는 지난달 28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가 위헌제청 결정문을 통해 밝힌 내용과도 비슷하다. 권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부부 공동생활에 따른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입법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의 비율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나빴던 자녀나 부모, 형제자매에게까지 획일적으로 유류분 비율을 정해 놓은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류분 관련 법률 개정안도 방향이 비슷하다. 대부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없애고 공익적 목적이 있거나 가족관계가 파탄 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유류분을 축소해 적용하도록 했다. 현행 민법 제1112조는 유류분 비율을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정해 놓았다.
보고서에는 유류분 제도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제도의 순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류분을 도입한 이유에는 남녀 평등과 상속에 있어서의 차별 완화라는 법익이 포함돼 있다”며 “사회 고령화로 피상속인이 경솔하거나 부당한 영향 아래에서 유언을 하는 경우가 늘었고 앞으로도 늘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유류분이라는 규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 개선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류분은 만들지 않았어도 좋을 제도라고 생각한다. 관련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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