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美시장 기업들 로비 분석
경쟁사와 차별화한 수출기업… 제품별 다른 관세율 부과 겨냥
무역법안 관련 로비 적극 펼쳐… 내수기업은 차별화 없을 때
값싼 외국 제품에 밀릴 우려… 자유무역 정책 적극 반대
기업은 관세율 같은 각 국가의 무역 정책을 자사에 유리하게 적용하기 위해 어떠한 로비 전략을 선택할까? 흔히 국가 간 무역 정책을 분석할 때에는 주로 산업 단위의 접근법을 채택해왔다. 대체로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산업별로 무역 정책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의 제품 관세율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산업군보다 같은 산업군 내 관세율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는 같은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의 로비 전략에 따라 제품 간의 관세율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연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과 김인송 교수 연구팀은 1995년 로비공개법(LDA·Lobbying Disclosure Act)에 공개돼 있는 89만248개의 로비 보고서 자료를 활용해 개별 기업이 1999년부터 2014년 사이 어떠한 무역 관련 법안에 로비 활동을 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제품 차별화였다. 제품의 품질, 디자인 등의 차별성이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수출 기업과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내수 기업의 입장 차이로 이어지면서 관세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먼저 수출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자사와 경쟁하는 기업의 제품과 해당 기업 제품의 차별성이 없는 경우 비슷한 제품들에 동일한 관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수출 기업들의 적극적인 로비 전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제품 간의 차별화가 있는 경우에는 각 제품에 개별적 관세율이 부과되므로 로비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내수 기업의 경우 이 같은 니즈가 반대로 작용한다. 제품 간의 차별화가 없을 때는 자유무역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시장이 개방되면 가격경쟁력이 있는 외국 제품이 대거 들어와 내수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 간의 차별화가 있고 그에 따른 경쟁우위가 존재하는 내수 기업은 자유무역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제품 간의 차별성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동종의 외국 제품이 유입되어도 내수 기업 제품에 대한 대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통해 각 국가의 관세율이 제품의 차별화 정도에 따라 실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전략을 세울 때 고려해볼 만한 요소다. 또한 현재 협상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등 자유무역 협정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예측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호준 International SOS 해외보안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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