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기반의 초고속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이 가능한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를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제품은 풀(Full) HD급 영화(5GB·기가바이트) 총 82편을 단 1초 만에 전달할 수 있는 역대 최고 성능의 메모리반도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신음하는 상황에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업황 개선세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기술혁신을 앞세운 ‘초격차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 “후발주자와 기술 격차 더 벌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메모리반도체 신제품 플래시볼트는 ‘3세대 16GB HBM2E(고대역폭 메모리) D램’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1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해 출시한 아쿠아볼트(2세대 8GB HBM2 D램)보다 속도와 용량이 각각 1.3배, 2배 향상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D램은 현존하는 D램 중 가장 기술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제품이며 글로벌 기업 중 HBM 제품을 출시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의 저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사례”라고 말했다.
HBM은 AI 서비스용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그래픽카드 등 프리미엄 시장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뜻한다. 이 제품은 D램 칩을 일반 종이의 절반 수준으로 깎아낸 뒤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위아래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인 ‘TSV(Through Silicon Via·실리콘 관통 전극)’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D램과 비교했을 때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역대 최고 성능의 차세대 D램 패키지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더욱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독보적인 사업 역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신종 코로나, 당분간 공급 영향 없을 것”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지 반도체 공장의 양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디램익스체인지 측은 “현재까지 중국에서 가동 중단 혹은 부분적인 작업 중단 결정을 내린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의 쑤저우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 역시 정상 가동 중이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파장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이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가 타격을 받으면 겨우 반등의 기미를 보였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시 침체될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기 전에 기업들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소재의 물류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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