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과학자도 때론 실패하는 사람일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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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비밀 푸는 과학자 삶 그린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 12일부터 무대에

3일 서울 성북구 극단 ‘초인’ 연습실에서 과학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의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와 연출자들. 최용현 김신용 이빛나 김하진 배우와 오정민 조연출, 전혜윤 연출(왼쪽부터), 정기영 바람의길과학 대표(앞줄)의 모습.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3일 서울 성북구 극단 ‘초인’ 연습실에서 과학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의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와 연출자들. 최용현 김신용 이빛나 김하진 배우와 오정민 조연출, 전혜윤 연출(왼쪽부터), 정기영 바람의길과학 대표(앞줄)의 모습.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3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극단 ‘초인’의 지하 연습실. 한 젊은 남성이 여성에게 애타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조르고 있었다. 언뜻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은 여성이 가진 비밀스러운 자료를 한번 보여 달라고 조르는 과학자를 연기하는 중이었다.

남성은 20대의 젊고 야심만만한 미국 출신 과학자로 DNA의 구조를 처음 발견한 제임스 왓슨 역을 맡았고, 여성은 왓슨에게 위대한 발견의 핵심 힌트가 될 자료를 빼앗기고 잊혀지는 비운의 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 역을 맡았다. 과학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던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연습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사와 표정은 웃음이 배어나올 만큼 유쾌했다.

이들은 12∼16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를 준비하고 있다. 게놈 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본격적인 과학 연극이다. 과학문화기획사 ‘바람의길과학’의 정기영 대표와 극단 초인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부모와 자식이 닮는 신비로운 생명현상인 ‘유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100년 넘게 고군분투해 온 과학자 9명의 삶을 배우 6명의 열연에 담겠다는 것이다. 생물학자이자 교사인 조진호 작가가 2016년 발표한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전혜윤 연출자가 극화했다.

과학 연극이라면 자칫 골치 아프게 들리지만, 만화의 영향을 받은 환상적인 스토리 안에 ‘사람’으로서의 과학자 이야기를 담아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전혜윤 연출자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특히 신경을 썼다”며 “배우들도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읽으며 연구했고, 이를 대본에 녹였다”고 말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생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을 연기한 김하진 배우는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도 우리와 똑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연기하며 몇 번이나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참여하는 배우들은 신인부터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중견까지 다양하다. 연극만 천직으로 알던 이들은 이번 작품을 연기하며 처음 과학에 눈을 떴다. 유전 개념을 제기한 과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을 연기한 김신용 배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세상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과학과 연극은 잘 어울린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황한 설명 없이, 빈 무대와 한정된 조명 안에서 배우의 시선과 상상만으로 관객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만의 매력’을 과학 연극을 통해서도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극단 초인#게놈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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