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8초4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민선(21·의정부시청)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2017년 12월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1등과 인연을 맺지 못한 그가 처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경험을 했기 때문. 올해 신설된 이 대회에는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유럽 국가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연한 ISU 공인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으니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김민선은 18세이던 2017년 10월 ISU 인터내셔널폴클래식 500m에서 37초78의 기록으로 ‘빙속 여제’ 이상화가 갖고 있던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81)을 10년 만에 경신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최 측이 도핑테스트를 빼 먹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러 그의 기록 등재가 무산될 뻔했지만 ISU는 이듬해 1월 이 기록을 공식 인정했다.
김민선은 기세를 몰아 2018년 안방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섰다. 하지만 허리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500m에 출전한 그는 38초53으로 16위에 머물렀다. 4개월 전 기록에 한참 못 미쳤다. “허무하고 아쉬운 대회였다”고 돌아본 김민선은 이후 2년 동안 안 아픈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요즘은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활짝 웃을 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민선은 지난해 5월 이상화 은퇴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알려졌다. 이상화가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김민선을 언급했을 때였다. 그의 이름은 곧바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평창 올림픽 당시 김민선과 같은 방을 썼던 이상화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많이 성장했다. 제 어렸을 때 모습과 닮았다”고 칭찬했다. 당시 훈련 중이었던 김민선은 뒤늦게 가족,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세계 정상에 올랐던 대선수가 가능성을 인정해준 거라 많은 동기 부여가 된다. 부담스럽다기보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선의 시선은 2022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딱 2년 남았다. 기술적으로 이상화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김민선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근력’이다. 이상화(164cm)보다 키가 2cm 정도 큰 김민선은 24인치에 이르는 탄탄한 허벅지를 자랑했던 이상화에 비해 호리호리한 편이다. 그래서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김민선은 “상화 언니처럼 탄탄한 하체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즌,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매일 3시간 이상 근력 키우기에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선이 이상화로부터 전수받은 성공 비법은 ‘재미있게’였다. 그는 여기에 ‘자신있게’를 더했다. 베이징에서의 목표는 이상화처럼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다. 김민선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어 봐야 ‘포스트 이상화’라는 수식어가 마음 편히 와 닿을 것 같다”며 웃었다. :: 김민선은… ::
△생년월일: 1999년 6월 16일 △키, 몸무게: 166cm, 55kg △소속: 의정부시청 △출신교: 서래초-서문여중-서문여고 △주 종목(최고기록·시기): 500m(37초46·2019년 3월), 1000m(1분15초99·2017년9월) △주요 성적: 2020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500m 금메달(38초41),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인터내셔널폴클래식 500m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78) △롤모델: 이상화 △좌우명: “자신감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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