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 제재 확정따라 6일 사외이사 간담회서 언급할듯
손태승 퇴임땐 회장-행장 동시에 공석
경영 우려속 퇴직관료 등 후보 거론,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돌아
은행내부 ‘관치-낙하산’ 위기 고조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으로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내부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정치권 개입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민간회사 지배구조를 흔들며 ‘관치(官治)’의 망령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3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중징계)를 의결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원안 그대로 최종 확정했다. 금감원의 제재대로라면 손 회장은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돼 회장 연임이 어려워진다.
연임 강행과 포기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손 회장은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6일 사외이사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거취에 관한 생각을 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장과 행장 자리가 동시에 공석(空席)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보니 이미 후보군의 물밑 움직임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후보들 입장에서는 뜻밖의 기회가 생긴 셈”이라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주자들은 여기저기 줄을 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로 중량감 있는 퇴직 관료들의 이름이 자천타천 오르내리고 있다. 당초 은행장 후보였던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부문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도 자연스럽게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제재심의 이후 손 회장의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이미 차기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온 상황이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이 움직인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규제 산업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결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지배구조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우리금융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원톱’이었던 손 회장이 물러날 경우 경영 공백도 문제지만, 후임자가 마땅치 않다 보니 자연스레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금감원의 제재를 정면 비판하고 손 회장에 대해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관치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낙하산 논란을 딛고 취임한 것처럼 대주주가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인 우리금융 역시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당국의 보유 지분 매각 작업도 꼬이게 됐다. 정부는 예보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17.25%(1조5000억 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까지 2, 3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 전체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DLF 사태 이후 급락한 우리금융 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5일 종가 기준으로 1만250원으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주당 가격(1만3800원)보다 20%가량 낮아 당분간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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