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대통령-보좌진 선거중립 더 요구돼’ 명시… 靑 추가수사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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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선거개입 의혹’ 공소장]A4용지 71쪽 분량에 기록된 혐의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 범죄사실 첫머리에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라는 제목의 750자(字)짜리 서론을 앞세우며 이 같은 문장을 끼워 넣었다.

현재까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청와대 보좌진 출신은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5명이다. 검찰이 기소 대상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4·15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선거 개입 윗선 규명이라는 2라운드 수사를 예고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관실 7곳이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조력한 ‘힘의 근원’을 찾겠다는 것이다.

○ 검찰, 공무원 선거 중립성 강조하며 ‘대통령’ 언급


A4용지 71쪽 분량의 송 시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나열하기에 앞서 “공명선거는 참된 민주정치의 구현을 위한 요체”라며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이 스스로를 특정 정치세력과 동일시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의 편에서 선거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바로 이어진 2018년 6·13지방선거 국면에 대한 설명에서도 검찰은 “현 정부와 여권에서는 지방 권력을 교체함으로써 국정수행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며 하명수사 등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불가피했던 배경을 송 시장이 아닌 청와대 시각으로 기술했다.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점과 현직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친분을 이용하려 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 사건을 송 시장 개인의 위법이 아닌 여권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기획된 부정 선거로 검찰은 본 것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하명수사 상황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이 15차례, 이와 별도로 국정기획상황실이 6차례 등 총 21차례 보고됐다.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울산 ‘산재모(母)병원’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심사 결과 발표 연기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이 송 시장의 부탁을 받고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종 일정을 조율했다. 송 시장의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 후보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출마 철회 과정에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외에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관여했다.

검찰은 이 중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한 전 수석, 장 전 선임행정관, 그리고 송 시장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제보를 첩보보고서로 만든 문해주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5명만 기소했다.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나머지 관여자는 선거 뒤에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 황운하, 송 시장 청탁받고 김 전 시장 ‘표적 수사’

검찰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송 시장의 청탁을 받고 김 전 시장에 대해 벌인 ‘표적 수사’ 경위를 공소장 38쪽에 걸쳐 상세히 담았다.

2018년 9월 송 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 집중적으로 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황 전 청장은 부하 경찰관들에게 김 전 시장과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과 집중수사를 독려했다. 같은 해 10월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전 시장 측을 고발한 건설업자가 과거 김 전 시장을 협박한 사실, “최근 송철호를 통해 조국 민정수석을 만났는데 황운하를 내려보낼 테니 고소하면 해결된다”는 말을 채권자들에게 한 사실 등을 A4용지 5장 분량으로 보고했으나 황 전 청장은 이를 무시했다.

수사팀은 황 전 청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있어 수사 착수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지만 오히려 좌천성 발령을 당했다. 황 전 청장은 고발인과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경위에게 사건을 배당해 김 전 시장 형과 동생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나 신청하게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황 전 청장이 부당한 인사 조치를 통해 자신의 지시가 부당한 경우라도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적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공무원#선거중립#공소장#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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