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개혁이미지 후보 부티지지, 민주 아이오와 경선 중간집계 1위
대선 풍향계 도시서 대이변 출발
시장 재임때 휴직후 아프간 참전, 동성애자 밝힌 최초의 민주 후보
오바마 버금가는 연설실력 눈길
미국 야당 민주당 대선후보군 가운데 3, 4위권으로 평가받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이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의 중간집계 결과 깜짝 1위에 올랐다. 인구 약 10만 명 소도시의 재선 시장이 이력의 전부인 30대 동성애자가 워싱턴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쟁쟁한 70대 경쟁자들을 제쳤다. 그가 2008년 아이오와 경선에서 ‘대세’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1위에 오른 뒤 여세를 몰아 백악관에 입성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례를 재연할지 관심이 쏠린다.
CNN에 따르면 미 중부 시간 5일 오전 1시(한국 시간 5일 오후 4시) 현재 개표가 71% 진행된 상황에서 부티지지 후보는 26.8%를 얻어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은 25.2%에 그치며 2위에 머물렀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1)이 18.4%로 3위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은 15.5%로 4위로 처지면서 대선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부티지지 후보는 1982년 중부 인디애나의 소도시 사우스벤드에서 몰타 출신 이민자 부친과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인 성공회 신자이다. 명문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쳤고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8개 언어를 구사한다. 매킨지 컨설팅 등에서 근무하다 2012년 29세에 사우스벤드 시장에 당선됐다. 2014년 약 7개월간 휴직한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해군 정보관으로 복무했다. 그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최초의 민주당 대선 후보다. 2018년 중학교 교사 ‘남편’과 결혼했다.
부티지지 후보는 ‘연설의 달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뛰어난 대중 연설 능력을 자랑한다. 명문대 졸업,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 등도 비슷해 종종 ‘제2의 오바마’ ‘백인 오바마’로 불린다. 2008년 당시 오바마 후보가 아이오와에 집중했던 것처럼 부티지지도 최근 석 달간 사실상 아이오와에서 살다시피 하며 구석구석을 누볐다.
샌더스 후보와 워런 후보가 부유세 신설, 전 국민 무상의료 등 강경한 진보 성향 일색인 공약을 내세운 것과 달리 부티지지가 온건 중도 노선을 유지한 것도 부동층과 백인 중도층을 잡는 데 주효했다.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현 체계를 유지하되 공적 보험을 제한적으로 도입하자는 ‘퍼블릭 옵션’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가 노선이 유사하고 지명도가 훨씬 높은 바이든 후보에게 큰 차이로 앞선 것은 기성 정치에 신물을 내며 세대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은 물론 민주당의 주요 후보들이 모두 70대인 상황에서 30대 ‘젊은 피’인 그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앞세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부티지지는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1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이 실시되는 뉴햄프셔에서 샌더스 후보(29%)에 이어 17%의 지지율을 기록해 돌풍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7월 16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2일 코커스가 예정된 네바다주에는 보수 성향 개신교도 흑인, 라틴계 가톨릭 유권자들이 많다. 동성애자인 부티지지 후보의 고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50개 주, 538명의 선거인단 중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55명), 텍사스(38명) 등 주요 주의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다음 달 3월 ‘슈퍼 화요일’에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가세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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