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한 교민분들 힘내세요” 고사리손의 편지 응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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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미술학원 원생들이 쓴 100통, 종이학과 함께 격리 교민에 전달
매일 화장실 청소 자원봉사 시민도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중국 우한 교민을 격리 수용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어린이 100여 
명이 쓴 손편지가 전달됐다. 아산시의 한 미술학원 원생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과 함께 준비한 선물이다. 이 편지를 격리 
시설에 전달한 지역 봉사자는 “특히 시설에 머무르는 또래 어린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경 씨 제공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중국 우한 교민을 격리 수용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어린이 100여 명이 쓴 손편지가 전달됐다. 아산시의 한 미술학원 원생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과 함께 준비한 선물이다. 이 편지를 격리 시설에 전달한 지역 봉사자는 “특히 시설에 머무르는 또래 어린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경 씨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다희예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이기고 건강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저도 아산에 살아요. 우리 힘내요!”

“의사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선생님들은 우리나라의 희망이에요.”

고사리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응원의 편지 100여 통이 빨간 상자에 담겼다. 아이들이 색종이로 접은 종이학과 강아지로 빈 공간을 채웠다. 이 상자는 5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전해졌다. 아산시 한 미술학원 어린이들이 며칠 동안 마련한 ‘깜짝 선물’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의 격리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을 격려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희망의 상자’는 답답한 격리 생활에 단비 같은 기쁨을 뿌렸다.

이 미술학원의 김혜경 원장(40)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처음엔 교민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원생들이 ‘왜 이리 오냐’며 좋지 않게 말했다”며 “아산시민이자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듯해 맘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마음을 다잡고 교사 4명과 힘을 모았다. 아직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어린이 시민 교육’을 해보기로 했다. 교민들이 아산시로 온 이유를 들려주고 “그분들도 용기를 내서 왔다. 따뜻하게 맞이하자”고 다독였다.

미취학 아동들이 많다 보니 처음엔 쉽게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었다고 한다. “왜 꼭 아산시로 와야 해요”란 질문엔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맑았다. 금세 ‘함께 사는 세상’을 받아들였다. 어느새 어린이들은 “손 편지를 쓰고 싶다”고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편지들은 교민들에게 도시락과 함께 전해질 예정이다.

학원은 손 편지만 건넨 게 아니었다. ‘우리는 강한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준비했다. 역시 아이들이 직접 꽃과 나무,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 모습을 알록달록 삐뚤삐뚤 그렸다.

아산시에는 남몰래 격리 숙소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시민도 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엽성식 씨(60)는 요즘 하루 네 번씩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간다. 이동식 화장실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교민들과 같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개발원 내 경찰 250여 명과 임시현장 상황실 상주인력을 위해 엽 씨와 직원들이 1, 2일 설치한 화장실이다. 설치도 무상으로 했다고 한다.

출근 전과 점심, 오후, 퇴근길에 들러 꼬박꼬박 청소하는 엽 씨는 관리물품도 사비로 구입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엽 씨는 “마침 전문지식이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시작했을 뿐”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겪는 아산시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면 좋겠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우한 교민#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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