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과의 갈등으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는 5일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병원과의 갈등이 불거진 뒤 이날 처음 출근해 외상센터에서 취재진을 만나 사임원 제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닥터헬기 출동 의사 인력 증원 문제도 사업계획서상에는 필요 인원이 5명인데 (인력이 부족해) 실제로는 1명만 탔었다”며 “병원에서 나머지 인원은 국·도비를 지원받을 경우 채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결국 필요하면 돈을 따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병원장이라는 자리에 가면 네로 황제가 된 것처럼 ‘까라면 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병원장과 손도 잡고 밥도 먹고 설득도 하려고 해봤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생은 망한 것 같고 한국에선 안 된다’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등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중증외상환자 진료 방해 등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운영 문제가 불거진 아주대병원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도는 보건의료정책과장을 총괄 반장으로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등이 참여한 조사반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5∼7일 진행된다.
조사 내용은 아주대병원의 조직적인 외상환자 진료 방해에 따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바이패스(환자 수용 불가)와 응급환자 진료 거부, 외상 전용 수술실 임의 사용, 진료기록부 조작 등과 관련된 의혹이다. 아주대병원에선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바이패스가 2017년 11건, 2018년 53건, 지난해 57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병상 현황과 수술실 기록, 공문 등을 확보하고 소방재난본부의 119구급활동 기록 등 관련 기관 자료를 받아 대조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의혹을 살펴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고발과 행정 조치를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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