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갈라지고 차 막히고… 달서구 죽전네거리 아파트 난개발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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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죽전-용산동 일대 8곳 신축 공사… 인근 건물 기울고 바닥에는 균열
소음-먼지-교통체증 등 피해 호소
“교통영향평가 다시 진행하고 지자체 추가 건축 심의 신중해야”

6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한 도로. 인근 신세계 빌리브 메트로 뷰 아파트 공사로 인해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달서구는 터 파기 작업 때문에 일대 도로와 주택에 균열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최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 6시 반경 대구 달서구 용산네거리 일대가 차량으로 붐비고 있는 모습. 이곳은 평소 출퇴근길 정체가 심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한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신축이 잇따라 더 혼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6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한 도로. 인근 신세계 빌리브 메트로 뷰 아파트 공사로 인해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달서구는 터 파기 작업 때문에 일대 도로와 주택에 균열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최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 6시 반경 대구 달서구 용산네거리 일대가 차량으로 붐비고 있는 모습. 이곳은 평소 출퇴근길 정체가 심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한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신축이 잇따라 더 혼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 6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죽전네거리 남쪽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에서 약 10m 떨어진 곳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3월에 지하 6층, 지상 30층(148채)이 들어선다. 지난해 6월 입주한 하늘채 주민들은 하루 종일 공사 소음과 먼지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공사 차량과 엉키면서 통행량이 증가해 주변 교통난도 심각해졌다. 하늘채 반경 100m 안에서는 오피스텔과 상가 등 3개 건물 공사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주민 김모 씨(47)는 “쾌적한 새 아파트에서 산다는 행복이 금세 깨졌다. 동네 주변을 산책하기도 두렵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오후 죽전네거리에서 동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 지하 4층, 지상 47층 규모의 신세계 빌리브 메트로 뷰 공사장 인근의 도로와 주택은 곳곳에 균열로 위태로웠다. 틈은 어른 손가락이 들어가고 남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공사장 뒤쪽 3층 상가는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벽면은 아예 무너진 상태였다. 바로 옆 아파트의 담장은 반대편 건물 외벽 도시가스 배관을 덮칠 듯 넘어가 있어서 아슬아슬해 보였다.

달서구는 최근 신세계 빌리브 아파트의 터파기 과정에서 이러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주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주변 도로 지반 침하와 주택가의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할 방침이다. 주민 김성현 씨(48)는 “이웃들 모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정도”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달서구 죽전·용산동 일대가 아파트 공사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은 도시철도 2호선과 고속도로 나들목(IC), 대형할인점이 가까워 최근 재개발 재건축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달서구에 따르면 현재 죽전네거리 동남쪽 약 1km 내에 아파트단지 8곳이 공사 중이다. 2023년까지 약 2300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거의 매일 공사 소음과 비산 먼지가 가득하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문제는 건축 허가를 앞둔 아파트단지가 더 있다는 것이다. 해당 주민들은 인근 지역의 공사 피해 사례가 곧 자신들의 일이 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용산네거리에서 동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는 지하 4층, 지상 44층 규모의 아파트(427채)가 대구시의 건축 심의를 앞두고 있다. 1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는 10층짜리 빌라 주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안절부절못하고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한 주민은 “바로 눈앞에 공사가 시작되면 주변 소음뿐 아니라 땅 꺼짐 현상으로 인해 주거 환경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사 예정지 맞은편 또 다른 빌라 주민들은 남쪽 일조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까운 아파트 2곳의 주민 약 300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민들은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모 씨(42)는 “평소 출퇴근 시간과 대형 음식점 때문에 교통지옥이 되는 큰 도로(달구벌대로) 방향으로 신축 아파트의 진입로가 생긴다고 들었다. 심각한 교통 정체가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하는 대구시 신청사가 2025년 죽전·용산동 일대 약 1km 거리에 들어서면 주변 유동 인구가 급증해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앞으로 이뤄지는 아파트 건축 심의 최종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달서구 관계자는 “죽전 및 용산네거리 아파트 공사로 인한 교통 환경 문제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진행하는 건축 허가는 현장을 똑바로 예측하고 제대로 심의해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향후 교통정책과 등과 협의해서 아파트 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밀하게 심의를 진행하겠다. 이와 함께 지금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에 여러 문제가 일어나면 변경 심사 등을 통해 다시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아파트 난개발#도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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