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듯 SNS 거래방 우후죽순
“장당 10원만 남겨도 수천만원… 비트코인열풍 닮은 ‘마스크 코인’
유통과정 6, 7차 중개상 존재”… ‘20만장 현금’ 끊임없이 글 올라와
단가 300원짜리 2300원 거래… 중개업자, 물건 쥔채 호가만 올려
“지금 보건용 마스크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에요. 비트코인 열풍 때랑 비슷하다고 해서 ‘마스크 코인’이라고 부른다니까요.”
6일 오전 자신을 마스크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이렇게 털어놨다. 이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전파 우려로 수요가 급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떼어 판다고 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구해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 도소매점이나 중국인 바이어에게 넘기는 식이다. 이 남성은 물건을 받아서 넘길 때 마스크 한 장당 가격을 10∼20원씩 올려 차액을 챙긴다고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판매 단위가 수십만 장이니, 한 장당 가격을 10원만 올려도 수백만 원을 남긴다는 설명이다. 이 남성은 “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마스크 한 장이 공장을 떠나 사용자에게 갈 때까지 나 같은 중개업자 6, 7명을 더 거친다”고 귀띔했다. ○ 중개업자들이 만든 마스크 품귀 현상
“이 방에 있는 사람 가운데 90% 이상은 ‘한탕’ 하려는 중개업자들.” 6일 오후 3시경 25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누군가 이런 자조 섞인 글을 띄웠다. ‘코로나 유통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익명 대화방은 마스크 판매 정보가 오가는 창구다. 대화방에는 “KF94 마스크가 20만 장 이상 필요하다. 현금 들고 바로 갈 수 있다”라거나 “KF80 10만 장 급매” 등 마스크를 사고팔겠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경기 부천시의 한 병원 측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물량이 달려 (병원) 직원용 마스크를 급구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금세 다른 말풍선에 묻혀 사라졌다.
5일 보건당국이 보건용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생산자와 판매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며 대대적인 현장 단속에 들어갔지만 마스크 매매 정보를 주고받는 이 대화방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6일에만 마스크 거래를 위한 단체 대화방이 20곳 넘게 새로 만들어졌다. 한 구매자는 “생산 단가가 300원에 불과한 마스크의 오늘(6일) 시세는 2300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개업자들이 중간에서 물건을 쥐고 풀지는 않으면서 구매자들에게 흥정을 해가면서 계속 값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유통 과정 중간에 있는 중개업자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현금 거래해 증거 안 남아” 단속 코웃음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은 합동점검반을 꾸려 매점매석 현장 단속에 들어갔다.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단속반 인원도 180명으로 늘렸다.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면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판매상과 구매상들은 당국의 단속이 무섭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판매자는 “서로 돈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모르게 현금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며 “흔적이 남지 않아 세무조사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 거래가 현금을 건네고 물건을 받는 식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다른 판매자는 “창고에 물량을 얼마동안 쟁여 놓았을지 단속반이 어떻게 알겠느냐”고도 반문했다. 관세청은 6일부터 보건용 마스크의 매점매석과 보따리상을 통한 반출 행위를 막기 위해 공항공사 및 항공사의 협조를 얻어 단속에 들어갔다. 세관을 통해 중국 등으로 마스크를 다량 떼어 넘기는 행위 자체를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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