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S병원. 이날 오후 10시경부터 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다던데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인근 주민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S병원 가지 마세요, 신종 코로나 의심자 2명 입원 중”이라는 ‘가짜뉴스’가 올라온 뒤 삽시간에 지역사회로 퍼졌기 때문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와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은 밤새도록 수십 통의 전화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다음 날 S병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추적해보니 최초 유포자는 50대 여성 A 씨였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옮긴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4일 검찰에 송치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송치된 첫 사례였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엔 신종 코로나 환자가 없다는 안내문을 최대한 신속히 붙였지만 여전히 환자가 평소보다 30%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경찰청은 이처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건 총 29건을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중 10건은 유포자를 찾아 검거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 도중 쓰러진 학생이 신종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는 허위사실을 지상파 방송사의 온라인 뉴스 캡처 화면처럼 꾸며 유포한 범인은 고교생이었다.
이 밖에 확진자나 의심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무원들도 다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신종 코로나 17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담긴 공문이 구리시나 구리시 보건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남도청이 작성한 ‘신종 코로나 감염 대상자 현황’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네이버 카페 등에 유포한 공무원을 특정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이버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허위정보 160건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및 차단을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위정보는 최초 생산자뿐 아니라 중간에 퍼나른 사람까지 추적해 수사하고 악의적인 행위는 구속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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