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 기억에 남는 신지애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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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선수 아닌 인간으로 다가서… 올해도 많이 어울리며 공감할 것
아무리 훈련해도 질리지 않는 골프…아깝게 놓친 日투어 상금왕 재도전

사진 출처 JLPGA투어 홈페이지
사진 출처 JLPGA투어 홈페이지
“기록보단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필드에서 숱하게 새로운 역사를 세웠던 그가 기록보다 기억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신지애(32·사진)다. 한국과 미국 무대를 평정한 뒤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지난해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JLPGA투어 사상 최초로 60대 시즌 평균 타수(69.9399)를 기록한 것. 국내 선수 최초 세계랭킹 1위, 한미일 프로통산 57승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만 여러 개다.

신지애는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골프선수 신지애보다 인간 신지애로 많은 인정을 받았다. 잘한다는 칭찬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며 공감을 나누고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15년 차가 된 올해, ‘세리 키즈’의 대표주자로 꼽혀온 그도 어느새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선배가 됐다. “많은 후배들이 생겼다. 그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좋은 플레이로 연결되곤 했다.”

최근에는 골프장 밖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8년생들이 주축이 된 ‘V157’(결성 당시 멤버들의 승수를 합친 숫자), 단체 봉사활동을 하는 ‘은가비’(은은하게 빛을 발하라는 뜻) 등 동료들과의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신지애는 “코스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우리가 어느새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있더라. 함께 더 깊은 골프의 세계로 들어가며 진정한 승부사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행복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신지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문구는 ‘행복한 골퍼’다. 신지애는 “내가 ‘좋다’고 느끼는 모든 것은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자신의 삶도 소중히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쟁터 같은 필드 위를 누비는 그는 류시화 시인의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행된 채식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도 했다.

자료: JLPGA투어 홈페이지
자료: JLPGA투어 홈페이지
올해 목표로는 투어 상금왕과 다관왕을 꼽았다. 지난해 총 1억4710만 엔(약 15억800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쥔 신지애는 후반기 페이스가 주춤하면서 상금왕 타이틀을 놓쳤다. 여자 골프 최초의 한미일 상금왕 석권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신지애는 “결과를 생각하느라 과정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쓴 약을 한 움큼 먹었다”고 했다. 지난달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스윙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체력훈련에 집중했다고 한다. 6일 호주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빅 오픈에 참가한 신지애는 다음 주 호주 오픈까지 LPGA투어 두 대회를 통해 시즌을 시작한다.

“누구나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할 수 없는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신지애는 “언젠가 내 골프가 완성됐을 때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길이 아직은 멀었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질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언젠가 완성될 자신의 골프를 꿈꾸며 그는 오늘도 필드로 나선다.

한편 이날 빅 오픈 비치 코스(파72)에서 1라운드를 치른 신지애는 버디 3개, 보기 4개로 중간합계 1오버파 73타 공동 92위에 자리했다. 강혜지(30)는 크리크 코스(파73)에서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중간 합계 8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로 나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지애#일본여자프로골프#세계랭킹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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